불가항력 의료사고를 국가가 100% 보상하는 정책이 기존 ‘분만’ 영역에서 좀처럼 확대되기 어려운 모습이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응급의료 패키지법’ 중 하나로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소아’ 영역으로 확대하려던 시도에 이어 ‘응급’ 영역에 적용하려 한 시도가 첫 심사에서 좌절된 것이다. 의료계는 찬성하나 환자단체는 반대하는 등 여전히 사회적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게 주 원인으로 보인다.
이주영 의원안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 피해를 국가가 보상하는 ‘의료사고 보상사업’ 대상에 응급 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를 추가하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은 “응급의료의 경우,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진료 수요 감소 및 의료 소송 부담 등으로 전문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며 “전문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체계를 확립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지민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앞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100% 국가책임제(2023년 12월 시행)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논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전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중 국가 보상사업 적용 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진료과목, 분야 범위 및 우선 순위, 중대한 의료사고 범위, 적정 보상 수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응급의학과 관련 중재원 감정이 완료된 건수는 연평균 45건을 기록했다.
정부 “국가 책임 정도·사회적 합의·연구 필요” ···의협 “필수의료 전문의 감소 추세 방지 전환점”
보건복지부 역시 사회적 합의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부 수용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응급상황의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국가 보상 법제화 논의 전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전반에 대한 국가책임 정도 및 사회적 합의, 연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유형 및 사례 등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국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도 내년부터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책임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직접지원은 분만과 같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제한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며 “의료인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재정부담 등을 고려하면 국가의 직접보상이 아닌 현재의 책임보험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숙원이었던 만큼 적극 찬성했다. 의협은 “개정안을 통해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및 필수의료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반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국가 재원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응급의료 외 다른 진료과목을 포함해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