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본부와 서울·부산·경인·대전·대구·광주 등 6개의 지방식약청으로 조직돼 있다. 우리 몸의 '머리'에 해당하는 것이 본부라면, 지방식약청은 '손과 발'에 비유된다. 본부가 추진하는 의료제품 관련 제도와 정책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방식약청의 역할이다. 이에 소극적으로 움직여왔던 지방식약청이 올해부터 달라졌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6개 지방식약청장의 모임인 '지방청장협의회'가 있다. 매달 갖는 지방청장협의회 회의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이 참석, 협의회가 조직된 이유와 그간의 성과,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Q. '지방청장협의회'를 소개하면
▶안영진 서울식약청장: 이전에 지방청장협의회는 각 지방청 간에 친목을 도모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청의 현장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의 장(場)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저희 지방청장들이 모여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면, 본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해 주고 있다.
▶주선태 부산식약청장: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지방청장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본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월 1회 ‘집중 토론’ 시간을 통해 현장에서 감지된 주요 이슈나 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이를 본부에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본부도 지방청에서 올라온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신속하게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명호 경인식약청장: 예전에는 지방청에서 개선 사항을 요청해도 본부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협의회에서 의결된 내용이 본부의 중요한 과제로 채택되기 때문에, 지방청에서 건의한 내용들이 좀 더 신속하게 검토되고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개선 요청이 있으면 다음 달 회의에서 본부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김영균 대구식약청장: 본부의 담당 국장들도 지방청의 업무 효율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방청에서 제기하는 의견이 본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빈도와 속도가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 예를 들어, 최근 저희가 개선 요청한 사례 중 하나가 의약품 안전나라 시스템의 활용' 방안이었다. 이 시스템을 현장에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곧바로 본부에서 시스템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과거에는 이런 요청이 본부에서 검토만 되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방청장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운영되면서 개선이 빠르게 이뤄졌다.
Q. 올해 주요 과제 및 성과가 있다면
▶안영진 서울식약청장: '규제 완화'와 같은 본부의 정책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지방청의 상황에 맞게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예를 들어 의약품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겸업 현황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의약품과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과 제조공정이 대부분 중복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업체별로 1~3품목에 불과하지만, 제조관리자를 별도로 둬야 한다. 이에 대한 민원이 있어 제조관리자가 겸직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제안했다.
▶주선태 부산식약청장: 각 지방청의 주요 특성과 업무에 따른 차별화된 요구도 협의회에서 적극 논의되고 있다. 가령 마약류 오남용 관리나 성장 호르몬 감시와 같은 민감한 업무에서, 본부와 협력해 온라인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도 이번 협의회의 논의 주제였다. 본부도 지방청이 수행하는 현장 감시 업무가 식약처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 지방청별로 의약품 제조업체명 변경 시 처리 방식이 상이했다. 부산과 대구, 대전청은 제조업체가 보유한 품목 변경사항을 일괄 반영하는데, 서울, 경인, 광주청은 민원인이 별도 신청해야 품목별로 반영했다. 민원인 혼란이 야기된다고 보고, 제조업체명 변경에 따른 품목허가 반영을 위한 지방청 업무 처리 절차를 일원화했다. 제조업체명 변경 시 보유 품목의 제조원 변경 시스템에 자동 반영될 수 있게 변경하자고 의견을 개진했다. 식의약 규제혁신 3.0 과제로 선정돼 법 개정도 이뤄지고 있다.
▶김영균 대구식약청장: 시험용의료기기를 제조·수입하면 사용 종료 후 10일 이내 반송 또는 폐기 등의 조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지방청 또는 시험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제조·수입자가 종료보고일 도래를 인지하지 못해 조치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경우 해당 의료 기기는 무허가 의료기기로 간주된다. 시험용의료기기 종료보고일자 알림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논의,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에 관련 기능을 탑재토록 했다.
"인력 한정, 업무량 증가로 모든 지방청 업무 부담 시달려"
"약사감시 인력 부족…업체 위험도 따져 감시 일정 조정"
Q. 관할 구역이 넓고 업무량이 많은 지방청들 인력난은 고질병이다. 약사감사 등 관리·감독 업무가 중요한데 대안은 모색 중인지
▶안영진 서울식약청장: 그렇다. 현재 각 지방청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은 한정적이다. 새로운 법령이나 제도가 도입되면 추가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데, 기존 업무를 줄이지 못한 채 새로운 업무까지 맡고 있다 보니 모든 지방청이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명호 경인식약청장: 저희도 인천과 경기 남부라는 넓은 지역을 감시하면서 직원들이 한꺼번에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약류 오남용 관련 감시는 민감한 사안이라 추가 인력이 절실하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로 정기적으로 전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주선태 부산식약청장: 부산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불시감시나 민원이 있을 때 현장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평소에도 효율적으로 감시 일정을 조정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있다. 정기감시를 줄이기 어렵다 보니 긴급 상황과 병행될 때는 상당한 압박이 있다.
▶김영균 대구식약청장: 그래서 오늘 협의회에서 '업무 효율화'를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감시 항목은 약사감시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낮은 업체는 약사감시 주기를 완화하고, 위험도가 높은 업체는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을 말이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 이런 방식으로 약사감시 주기를 개선하거나 업무를 조정해 제한된 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한 각 지방청별로 특화된 분야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각 지방청 간 협력과 정보 공유를 강화할 계획이다.
Q. 앞으로 지방청장협의회 활동 계획 및 포부
▶안영진 서울식약청장: 국민들이 요구하는 식약처 역할과 관리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업무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야 한다. 본부와도 긴밀히 협의해 여러 개선안이 내년 업무지침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김명호 경인식약청장: 지방청장협의회가 단순한 의견 교류를 넘어 정책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지방청 의견을 반영해 각 지방청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거나 본부와의 피드백을 신속히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지방청 간의 업무 연계성도 강화됐다. 앞으로도 이런 개선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주선태 부산식약청장: 지방청장협의회는 이제 본부와 지방청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의 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방청의 현장 목소리가 신속히 반영돼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