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방 공공병원 인력난 완화를 위해 실시 중인 '공공임상교수제' 사업 규모가 2년 새 약 80%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배정인원은 지난해 150명에서 올해 50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예산은 190억6900만원에서 63억5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이에 비슷한 취지로 정부가 시범사업을 예고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또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로 채용돼 지방의료원 등에 일정 기간 동안 순환근무를 하며 필수의료 등을 담당하는 의사다.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상교수제 사업의 목표 배정인원부터 줄었다. 지난해에는 150명을 배정해 겨우 28명만 채용했지만, 올해는 배정인원을 50명으로 줄였고 8월 기준 채용 인원은 32명이다.
이 가운데 2025년도 예산안 상으로는 내년에는 31명을 배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업 예산 역시 2년 사이에 80% 가까이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190억6900만원이었던 예산이 2024년 63억5000만원으로 삭감됐고, 내년에는 더 감축돼 39억4000만원만 편성됐다.
심지어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교육부는 올해 예산과 동일한 63억5000만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와 논의 과정에서 무려 40%나 삭감된 39억4000만원이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정인원 대비 저조한 채용인원···흉부외과·산부인과 인력 전무
장종태 의원은 공공임상교수제 사업규모 축소 원인으로 배정인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채용인원을 꼽았다.
교육부 역시 국회 예산정책처 2023년도 결산 분석보고서를 통해 공공임상교수제 예산 집행 부진 사유를 '지원자 미달'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공공임상교수제 인력이 각 지역과 필수의료 과목에 고르게 배치되지 못한 점마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공공임상교수 배치 현황을 보면 경기 9명, 충남 10명 등에 채용인력의 과반 이상이 쏠려 있다.
이외에는 전남 2명, 충북 1명, 경북 1명, 경남 0명, 제주 0명 등으로 한 두명이 배치되거나 아예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진료과목도 신경외과는 2명, 소아청소년과는 1명이 채용된 상태고, 심장혈관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인력은 채용된 인력이 없다.
장 의원은 "공공임상교수제를 통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내년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실효성 의문도 제기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기타 지원은 지자체에 떠넘겨"
이는 공공임상교수제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기반으로 각 지역에 의사 인력을 배치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예산 14억원을 책정했고,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 지급에 이를 사용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의는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수당 외 정주여건(주거 지원 등), 해외 연수 기회 등도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강조해 온 '지역의사제' 모델과 달리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도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장 의원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마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국가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 수당이 전부이고, 정주여건 및 해외연수 지원 등을 위한 비용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정주여건과 해외연수 지원도 기본적인 계약조건이 아니라 지자체와 전문의가 개별 계약 과정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장 의원은 "공공임상교수제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도 모자랄 상황에 윤석열 정부는 같은 방식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원책은 정부가 발표해 놓고 비용은 지자체에 떠넘겨버리는 유체이탈 화법을 멈추라"면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국가 부담과 책임을 적극 이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