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진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허가범위 초과 사용’과 관련해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허가범위 초과 사용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사항을 초과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연령, 체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허가범위 초과 사용이 빈번히 일어나지만 범위 자체가 좁고, 제도권 내에 있지 않다 보니 의료진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의 치료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개최한 ‘제46회 심평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허가범위 초과 사용 관련 제언을 내놨다.
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허가범위 초과사용 승인 절차 없이 재량으로 처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의사 허가범위 초과 사용을 인정하되 무분별한 남용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니라 의약품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을 취했다.
반면 국내는 연구 목적이 아닌 허가범위 초과 사용 시 승인 절차가 복잡하다.
서 소장은 “국내 관련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그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는 환자 3명 중 1명에게 허가범위 초과 사용이 일어나는 진료과다. 유철주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에 따르면 소아 분야에서는 특히 연령과 용량 초과가 많이 발생한다.
유 위원은 “소아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렵고, 대상환자가 적어 제약사에서는 수익이 제한적이라 개발 동기가 적다”면서 “의료진 입장에선 허가 외 사항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개인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허가초과 사용 약제에 대한 정기적이고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고 정형화된 지침서가 있어야 한다”며 “소아약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 혜택을 강화하고 기존 약제의 허가 확대를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의료진들 의료행위 위축시키고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뺏는 격"
심장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상협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특정 상황시술에 적응증이 없는 경우 및 대체불가능한 경우, 적응증이 없어 수기료가 책정되지 않는 시술 등에서 허가초과 사용이 일어난다.
이 교수는 “할 수 있는 게 많고 우리나라는 술기도 좋다”면서도 “그러나 사용을 못하다 보니 손도 못 대는 상황이 생긴다. 많은 치료법이 널려 있는데 접근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급여 여부를 떠나 사용 자체가 막힌 이 상황은 국내 의료진들 의료행위를 위축시키고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뺏는다”면서 “초기 개발자 의도에 맞춰 허가됐더라도 실사용자의 임상진료에 발맞춰 폭넓게 허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약제는 비급여로 선택 폭을 넓게 구축해놨지만 치료재료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용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료재료 허가사항 초과 사용 관련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며 “신청 후 비급여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사와 환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법률 또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형평성이 문제라면 특정 치료에 비급여를 허용해 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