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의원 등 여당 의원 108인이 내놓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안'이 의학계 반대에 부딪혀 그 배경 및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전히 필수의료 범위가 모호하고, 관련 특별회계·기금을 신설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분야 및 지역완결적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구축을 위해 종합계획 및 연도별 시행 계획 수립 ▲필수의료특별회계 및 지역의료발전기금 설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5년)' 도입 등이 골자다.
지난 8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됐지만 '계속심사'가 결정됐다.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측은 "금년 2월 발표한 의료사태 개혁안의 주요내용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법률안이기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별회계 재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동의를 해줘야 법안에 내용 부과가 가능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지민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정의 규정의 경우 개념의 명확성 등에 대해 의료계에서 다양한 이견이 제시되고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무복무를 전제로 한 지역의사제 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필수의료특별회계 등과 관련해서는 자체 재원이 거의 없이 특별회계 설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의학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필수의료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고, 지역필수의사제의 실효성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필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주된 입장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정의에 대한 의견을 고려해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하고, 지역필수의사에 대한 지원 및 계약 미이행 시 환수 실효성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감염학회 역시 "필수의료의 구체적 정의는 의료 전문가 단체와 정부의 합의체가 정하도록 하고 지역의료 용어 정의를 구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지역필수의사 계약 기간 하한을 5년에서 2년으로 낮추고 계약 해지 사유를 보다 구체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재활의학회는 "필수의료 정의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사업계획 수립 및 특별회계·기금 마련 등은 실효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지자체 시각은 조금 달랐다. 김미애 의원 지역구인 부산광역시의 경우 "전문의는 물론 일반의도 계약 대상으로 인정하고 지역필수의사가 장기간 근무토록 계약기간 상한을 두지 않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5년 주기 종합계획 수립이 의료현장과 맞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5년 주기 종합계획은 필수의료 붕괴에 즉각 대응이 불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해당 법안에는 정부의 필수의료·지역의료 실태조사 항목에 종사자의 임금 수준 및 지급 실태가 포함됐는데,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는 "임금수준 결과 공표 시 규모별·지역별 의료양극화 및 지방 중소병원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실태조사 항목에서 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