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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난 10월 7일 정부가 낙태에 관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자연유산 유도약물’을 허용하며 시술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낙태가 안전성보다 선택권의 문제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우려가 있어 낙태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가 ‘자연유산 유도약물’이라는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이 약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자연유산은 태아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만 한 의학적 이유가 있어 스스로 유산되는 것을 일컫는다.
정부가 약물 낙태를 위해 도입하고자 하는 미프진은 별 문제 없이 잘 성장하고 있는 태아의 성장을 중단시키는 낙태약이다.
따라서 낙태약을 ‘자연유산 유도약물’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낙태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여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산부인과의 의견을 반영하여 낙태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페프리스톤(성분명)은 임신 초기 자궁내막 발달을 돕는 황체호르몬인 포르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 자궁 내막을 파괴함으로써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의약품이다. 단독 복용 시 인공임신중절 실패율이 20∼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궁외 임신ㆍ만성 부신 질환ㆍ혈관계 질환ㆍ항응고제 복용 등은 복용금기다. 약물 복용 후 생리통 이상의 복부 통증과 9∼16일 가량 출혈이 지속된다. 30일 이하 출혈도 약 8% 정도로 보고된다.
"약물 낙태 도입, 의료기관서 임신진단 및 투약지도 받아야"
약물 낙태는 정상 임신 7주(49일) 이내가 가장 효과적이다. 임신 7주 이내 여성이라도 복용 시 구토·설사·두통·현기증·요통은 물론 심한 복통과 하혈을 경험할 수 있다. 복통과 출혈에도 유산이 되지 않거나 불완전 유산이 될 위험도 있다.
임신 10주 이상 지난 여성이 복용할 경우 수혈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불완전유산이 되면 임신 초기 인공중절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염증·자궁손상. 과다출혈의 위험이 있다.
평소에 빈혈이 있거나 혈액응고장애, 심혈관 질환 등이 있는 여성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고, 난관 임신 등 자궁 외 임신에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약물 낙태 사용 전에 초음파 검사로 정상 임신 여부와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이 필수적인데 이는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약 복용 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가능하다. 복용 후에도 조직이 제대로 배출됐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므로 전문의의 관찰 하에 정확히 진료를 받고 사용해야 한다.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물 사용자 중 72%가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WHO, 필수의약품 지정···"무자격자에 의한 수술 위험하기 때문"
이에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대한산부인과 등 낙태법특별위원회는 약물낙태 도입은 임상 시험 후 신중한 검토를 요하며, 도입될 경우 의약분업예외약품으로 지정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임신진단과 함께 안전하게 투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약사법 제23조 4항은 의학적 필요와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 분업 예외 약품 지정에 대한 규정이 있고 이에 따라 규정된 약물들이 있다.
낙태를 위해서만 사용되는 약물이야 말로 사생활 보호와 안전한 투약이 우선돼야 하므로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야 마땅한다. 낙태약 도입은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사용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WHO는 산부인과 전문의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은 개도국 등을 위해 낙태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숙련된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한 낙태수술보다 낙태약이 더 안전해서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된 게 아니라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낙태약에 대한 접근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뜻이다.
여성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에 의해서든 수술에 의해서든 낙태는 숙련된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해,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하여야 하며, 산모의 건강과 임신주수를 고려해 산부인과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시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의약품에 낙태를 허용하는 문서와 도안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약사법 관련 조항을 삭제에 대해 반대한다.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나 도안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낙태에 대한 경각심 낮추고, 무분별한 약물 낙태를 조장할 우려가 크며, 약물 낙태를 마치 안전한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