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초진이 아닌 재진을 중심으로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산업계 우려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를 재진환자로 한정한 만큼 고객 감소가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비대면 진료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성토가 나오지만 업체들도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 제안인 비대면 진료를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 보조 수단으로 활용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의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주목할 대목은 재진환자 중심 운영이다. 이는 다른 내용과 달리 의료계와 산업계가 첨예하게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이었다.
의료계는 그동안 안전성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재진환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비대면으로 초진을 할 경우 환자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불완전한 시진과 청진만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초진 및 재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초진 불가, 재진 허용’을 택한 비율은 71.5%로 나타났다. 더욱이 오진에 대한 책임은 전부 의사가 부담해야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산업계는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산업계는 중증질환의 경우 대면 진료가 중심이 돼야 하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경증질환에서는 초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 대다수가 감기 등 경증질환인데 중증질환이나 만성질환자 중심으로만 제도를 설계할 경우 대다수 국민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
실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경우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재진으로만 이용자를 한정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영세 기업의 경우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재진으로 제한할 경우 많은 기업이 고사 위기에 놓인다"며 "자연스럽게 비대면 진료 산업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할 자금적 여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타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지만 시장 파이가 줄어든다는 점에선 달갑지는 않은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재진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지만 시장 파이가 규제로 줄어든다는 점에선 호재라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체들도 충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