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6대 4에서 5.5대 4.5로 조정한 결과, 전공의 인력 격차 해소는 커녕 오히려 수련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수도권은 TO가 적은 곳은 전공의 업무 가중이 심해지고, 비인기과는 더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방 대학병원 지도전문의 교수들 부담도 커져 이들도 떠날 가능성 높아"
비수도권은 지도전문의 부담이 커져 이들이 수련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14일 오후 보건복지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인력전문위원회가 주관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 초 지역, 과목별 의료인력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필수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의학계 반발 및 진통 끝에 우선 5.5대 4.5로 바꿨다. 다만 의대 증원이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향후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중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용범 이사에 따르면 대한의학회 전공의 수련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더 수련 여건이 좋은 곳에 전공의를 배정하는 것'이다. 각 전문학회별로 순환배정 절차가 있고, 정기 수련실태조사 및 수련지도감독 보고 등이 이뤄진다.
"정부의 학회 정원 책정 정책 무시로 전공의 수련 질 향상 교육목표 훼손"
박 이사는 "학회의 정원 책정 원칙을 무시한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 수련 질(質) 향상이라는 최소한의 교육 기본 목표가 훼손됐다"면서 "전문과목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강압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배정 변화 정책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전문학회가 강하게 대립하고, 수련병원의 학회에 대한 불신과 반발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일례로 수도권은 점수가 높고 지원자가 많아도 무조건 감원해야 하고, 비수도권은 점수가 낮고 지원자가 없어도 무조건 증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은 아무리 잘해도 감원되니 학회가 실시하는 수련실태조사에 대한 무용론이 대두되고, TO가 적어진 과의 전공의 업무가 늘어나니 비인기과는 기피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내다봤다.
전공의 정원이 더 늘어난 비수도권의 경우 정부의 의도와 달리 향후 수련환경이 더 심하게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이사는 "지도전문의 확보 등 수련 여건 개선이 이뤄질 시간적 여유 없이 무리하게 증원이 이뤄졌다"며 "비수도권 비인기과는 지원율이 더 낮아져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그는 "각 전문학회 수련여건에 따른 TO 배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