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억 투입 국가통합바이오BD, 해외기업 편중 우려
범부처, 유전체데이터 100만명 수집…"수주기업 검증·대비책 필수"
2024.08.12 12:32 댓글쓰기

6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범부처가 참여하는 ‘국가통합바이오 빅데이터구축’ 사업을 두고 소수 해외기업 중심의 편중된 연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핵심기술을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해당 사업 성공을 위해선 ‘보안’이 강조된다. 환자의 민감한 의료 데이터가 위변조 될 위험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정부 주도의 K-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의료‧산업‧학계에 제공한다. 민간에도 개방해 국내 바이오헬스산업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다.


과제의 핵심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이다. 수집된 한국인 건강 데이터는 맞춤의료와 첨단의료기술에 활용돼 국내 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UK Biobank’, 미국 ‘All of Us’, 핀란드 ‘FinnGen’ 등 의료 선도국들은 국가 주도로 바이오뱅크를 구축, 일찍부터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서도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며 2032년까지 한국인 1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1단계로 2028년까지 77만2000명의 바이오 재료와 정보를 확보하고 관련 데이터를 생산해서 데이터뱅크와 바이오뱅크를 구축한 데 이어 2032년까지 100만명의 바이오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6066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범부처가 참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한국보건의료정보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의 ‘브레인 기관’들이 구체적 사업을 맡는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산학연이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바이오 데이터 주권을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학계 “특정 기업이 연구 생태계 독점” 


하지만 의학계에선 “대형 국책과제가 소수 영향력 있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될 경우 특정 기업이 연구 생태계를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형 국책과제 진행 사례를 보면 대부분 단일 컨소시엄이 연구비를 지원받아 왔다. 이로 인해 공모 과정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단일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면 사실상 국내 기업 진입이 어려웠다.


정부가 이번 국책 사업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과 다양성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소수 해외 기업 중심의 편중된 연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는 “결국 특정 업체의 서비스나 기술에 종속되는 현상인 ‘벤더 종속’으로 인한 다양성 및 연구 역량 저해로 인해 ‘반쪽짜리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국책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보안’이 지목된다.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에서 제한적으로 다뤄왔다. 


핀란드 ‘핀젠(FinGenn)’ 사업은 자국민 약 10%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인구 비율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사업의 핵심 성공 요인은 철저한 암호화 아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의료·사회 정보의 2차 활용법’ 등 입법으로 데이터 활용 기준을 명문화했다. 


또 국가가 유전자 활용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주도해 데이터를 구축한 뒤, 민간기업에서 의료정보 수집 및 활용을 허용하는 ‘바이오뱅크법’을 제정했다. 


민간의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활성화하고, 규제 철폐에 따른 위험은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루미나‧MGI’ 유전체 분석장비 시장 양분


이 처럼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는 국가 전략자산으로 간주되며, 민간에 개방하고 공유하기 전에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조건으로 요구된다.


앞선 선도국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 구축 사업의 연구개발 과제인 ‘멀티오믹스 데이터의 생산·분석’ 공모에서는 데이터 보안과 유출방지 대책(안)을 철저히 마련했다. 


외부 연구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과제 선정 업체는 최소 9개의 법률과 세부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보안을 위한 대응 방안과 외부 인력의 데이터 유출 방지 대책을 상세히 준비해 보안에 대한 엄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핵심기술로 지목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기술을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세계 유전체 분석 장비 시장은 외국기업인 일루미나와 MGI가 양분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과 연구기관은 성능에서 우위에 있는 두 기업의 NGS 장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국책 사업의 중심에 국민의 바이오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만큼 외산 장비의 개인정보 보안 관리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미국 FDA와 CISA(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는 일루미나의 NGS 기기에 미허가 사용자의 소프트웨어 원격 접속 시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안 결함으로 인해 환자의 민감한 의료 데이터가 위변조 될 위험성이 지적됐다. 이는 세계 최대 점유율을 가진 분석 시스템조차 보안 결함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에선 “1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하려는 이번 국책 사업에서도 민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주 기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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