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 과소비 주범으로 지목받은 도수치료, 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등 이른바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해 정부가 손을 본다.
특히 정부는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제공하는 ‘혼합진료’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경영 악화 및 시장 경제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 강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비중증 질환 대상 무분별 비급여 진료 행태 집중 관리"
13일 보건복지부는 "비중증 질환에 대한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를 집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이 같은 향후 계획을 밝혔다.
비급여 진료 본인부담액은 지난 2013년 17조7129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다. 2022년에는 32조3213억원까지 늘었다.
정부는 의료비 증가 배경에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혼용한 ‘혼합진료’가 있다고 판단, 이를 개선키로 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논의에서는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에 대해 급여와 병행진료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급여 실태 모니터링 결과, 과잉 우려가 높은 비급여는 표준 가격을 설정하고 진료 데이터 분석 및 재평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현행 선별급여제도를 활용한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혼합진료는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진료 형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급여 진료인 백내장 수술과 비급여 진료인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동시에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으려는 환자는 백내장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 다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데도 백내장 수술을 받고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도수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의료기관 권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물리치료와 재진 진찰비를 끼워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혼합진료 비율은 도수치료 89,4%, 노안교정 백내장 수술 100%, 체외충격파 95.6%, 비밸브재건술·하이푸·맘모톰절제술 100%, 하지정맥류 96.7% 등이다.
비급여 항목 병행진료시 건강보험 제한 vs 의료계 “정부 통제정책 저지”
정부는 급여 항목에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병행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료 청구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도 급여와 비급여가 병용되는 혼합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혼합진료 시 공적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토록 하고 있다.
정부는 그렇다고 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 의학적 필요에 따라 링거를 추가로 맞거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행위 등을 모두 막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 시행을 적극 저지하겠다”면서 반발했다.
의사들은 혼합진료 금지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저수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그나마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왔는데,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의료기관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에선 “현재 저수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그나마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왔다”면서 “무엇보다 비급여 진료행위를 관리하는 것보다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가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면서 비급여 과잉진료 제한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분석을 기반으로 수가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중증 수술 중에서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의 항목을 선별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는 수술과 처치 분야에서 우선 보상을 강화하는 '핀셋 보상'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