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해 개발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도 보건복지부가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감사원은 이를 강행한 추진단장과 관련자 3명에 대해 각각 징계와 주의를 요구했다.
해당 시스템이 개통 한달 동안 9만건이 넘는 오류가 발생하고 급기야 ‘먹통’까지 되는 등 수당 지급에 지속적으로 차질이 빚어져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30일 감사원 및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세대 시스템은 복지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을 상대로 연간 46조원의 복지 재정을 집행하는 대규모 공공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2020년 4월 컨소시엄 사업단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의 총괄 계약을 체결한 이후 4차에 걸쳐 시스템을 순차로 개통하기로 계획했다.
당초 2차 계통은 2022년 1월로 예정됐으나 세 차례 연기된 끝에 계획보다 8개월이 늦은 같은 해 9월에야 성사됐다.
감사원은 당시 개통 진척도가 60%에 불과했는데도 복지부와 추진단,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법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2차 연도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예산을 반납해야 할 것을 우려, 사업단으로부터 2차 연도 미이행 과업을 3차 연도에 완료하겠다는 이행 확약서를 받고 계약 이행이 완료된 것으로 검사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국가계약법상 근거가 없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장기계속계약이나 연차별 계약은 독립된 계약으로, 검사·계약 대금 지급도 각각 독립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또 정보원은 계약 검사 결과 141건의 부적합 사항을 확인하고도 적합 의견의 검사 확인서를 복지부에 보냈다. 결국 차세대 시스템은 2022년 9월 개통 이후 대규모 오류가 발생해 사회보장급여 지급이 중단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다.
시스템은 개통 직후 한 달 동안 9만567건, 6개월간 30만4800건의 개선 요청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시스템 개선 조처가 대부분 완료됐다.
감사원은 “복지부와 정보원에 이번 사태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차세대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은 “감사를 통해 지적된 시스템 기능 오류 및 추가 확인사항은 감사기간 중 전수 확인 및 조치를 완료했다”면서 “현재 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 정보화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관련 규정 및 각 기관의 정보화 역량 등을 점검해 복지부 및 사회보장정보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전수 점검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의 체감도 향상, 일선 현장의 업무부담 경감 등을 위해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