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월 1일부터 시작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두고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정부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협의회에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17개사가 참여 중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인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의사단체, 약사회 등의 압력으로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사실상 ‘제로’가 됐으며 약(藥) 배달도 불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은 감염병 위기단계 조정에 따른 비대면진료 종료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25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이달 1일부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비대면 진료의 시행이 종료되고 비대면진료가 전면 금지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의료법 개정이 아직 이뤄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병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의료법(제33조제1항) 위반이다.
정부와 여당은 비대면진료 종료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당정협의를 거쳐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은 대법원 판례, 시범사업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비대면진료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재진 환자, 불가피한 의료약자(섬 벽지 거주자, 거동불편 노인‧장애인 등)에 한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진 중심의 비대면진료는 환자단체도 요구한 바 있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서도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 브이스페이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드림워크’ 토크콘서트 강연자로 나선 장지호 대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와 변화를 거부하는 이익단체의 압력이 스타트업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규제로 인해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했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언급, 타다 서비스의 허용 범위가 줄어든 것처럼 비대면진료의 허용 범위도 줄어들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37개국이 모두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 한국은 주치의 제한이나 원격 초진 불가 등 해외 전례가 없는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보건의료정책과는 “국가마다 의료시스템이 달라 비대면진료의 초재진 여부 등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비대면진료는 국민 건강이 최우선 원칙으로 대면진료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일본 등 해외국가도 주치의를 통하거나, 의무기록이 있는 경우 등 각국의 의료시스템을 바탕으로 환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두고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기와는 달리 약물남용 등의 우려로 대상 환자 폭을 축소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약 전달 방법을 제한한 부분에 대해선 “제한적인 시범사업의 한계상 의약품 수령과 관련된 내용은 시범사업에서 폭넓게 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대면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견해, 약 전달과정에서의 오배송 문제, 국회에서도 약 전달과 관련한 약사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섬․벽지 거주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은 재택수령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비대면진료 대상환자 범위 등을 정하고 있는 의료법의 경우 여야 의원의 6개 법안이 상정돼 계류 중에 있지만 의약품 수령과 관련된 약사법은 발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수령과 관련 안전성과 편의성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국회에서 약사법이 발의돼 상정되는 경우 한시적 비대면진료 및 시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