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이달 말 3개월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가운데, 기로에 선 비대면 진료 산업계를 향해 의료계가 “국내 여건을 고려, 비급여 시장 진입을 노려보라”고 제언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사용 필요성을 설득하고 매력을 제공하면 굳이 수가가 적용되는 건강보험 급여 시장을 노리지 않아도 사업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8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출범 2주년을 맞아 주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간 의료계와 산업계는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소비자인 국민·사업 참여 의지가 있는 의사·업체 모두가 만족할 발전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의료계 인사들은 조언과 함께 쓴소리도 솔직하게 내놨다.
의료법·건강보험법 족쇄 묶여 혁신 시도 못한다면 비급여 시장 진출 추진?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싶어하는 의사들도 있다. 다만 할 수 있게 하려면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다른 시각으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강한 반대 기류에도 지난 2021년 ‘원격의료연구회’를 발족한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비대면 진료의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현행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에 의해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한다. 정부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부는 해보고 싶어하는데 규제가 많고 이익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과·치과·한방이 건강보험 안에 하나로 묶여있어 선택의 자유가 없으며 의료기관은 강제 지정돼 있고, 모든 여건들이 우리가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는 어디서나 의료를 요구하지만, 의사는 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의료법의 제약을 받는다는 게 그가 말하는 ‘족쇄’ 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면 왜 건보재정을 써서 사업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며 근본적 물음을 제시했다. 이어 “업계는 이용자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할 수 있지만 비급여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고 제시했다.
“혁명으로 느껴지면 의료기관 포함 소비자는 비급여도 구매”
이처럼 구매자, 구매 가능한 환경, 법과 제도를 다각적으로 살폈을 때 우선 소비자를 설득하면 급여시장을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사업 활로는 충분하다는 관측은 이어졌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건강보험이 돈을 내준다는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유선 전화기를 쓰다가 휴대폰이 나왔을 때 체감하던 것 만큼 지금의 원격의료가 혁명으로 다가오느냐”며 “이를 체감하게 해야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가 허용하는 건보재정 틀 내에서만 수익을 내겠다는 것은, 더 더욱 신산업으로 시대적 과도기를 넘으려는 입장에서 어울리지 않는 자세라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매력이 있다면 소비자는 보험과 관계없이 건강관리 가능한 플랫폼을 살 것이다. 고용 비용을 절감케 하는 이미지 활용 인공지능(AI)은 구매자가 의료기관이지 건강보험이 아니다. 이미 AI영상 솔루션업체는 건보 등재를 건너뛰고 병원에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주축이 될 의사 설득도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권 교수는 “안전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비교가 핵심이다. 팬데믹 당시 얼마나 성과를 냈는데 그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냐며 주장해도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으면 의사가 수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