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죽음' 국민들 편견 여전
삼성서울병원 심영목ㆍ조주희 교수팀 논문 발표
2012.04.17 17:22 댓글쓰기

“건강은 되찾았지만 삶의 희망은 사그라졌습니다. 암환자로 알려진 이후부터 낙인이라도 찍힌 마냥 사회적 사망선고를 받아들게 됐습니다. 가족들조차 저를 피하는 것만 같고 바깥출입 때마다 느끼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그저 동정심으로만 느껴져 자괴감이 상당합니다. 이러다 우울증으로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현대의학 발전 속도와 다르게 암과 암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이 ‘암=불치병’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심영목ㆍ조주희 교수팀은 최근 ‘정신종양학회지(Psycho-Onc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암과 암환자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암은 곧 죽음’이라 여겼던 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59% "현대의학 아무리 발전했어도 암은 치료 어려워" 답변

 

실제 심 교수팀은 지난 2009년 성별, 지역, 연령에 따라 일반인 1011명을 표본 추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8.5%가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암은 치료가 어렵다"고 답했다.[표 참조]

 

 

또 55.8%는 한 번 암에 걸렸던 사람은 건강을 되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암환자에 대한 사회적 홀대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응답자 가운데 71.8%가 ‘암 환자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42.6%가 ‘암 치료를 받았던 사람은 남들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인식했다.

 

더욱이 56.1%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사회복귀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뿐만 아니라 10명 중 5명은 암환자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암의 경우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암환자와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경우가 42.3%에 이르렀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는 질환 자체보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때문에 더 많이 괴로워 한다”면서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치료과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깊고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일반인 30%, 암 걸리면 가족에도 알리지 않겠다"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암에 걸린다 해도 그 사실을 주위에 밝히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암에 걸리게 됐다’는 가정 하에 암환자란 사실을 공개할지 여부를 물은 결과, 가족에게 조차 말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10명 중 3명꼴(30.2%)로 나왔다. 47%는 친구나 이웃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인 50.7%는 직장 동료가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 강한 거부반응까지 보였다.이에 따라 병원에서는 사회 복귀를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이 보다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들이 사회로부터 부적정인 인식과 편견, 차별로 인해 겪는 고립감과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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