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간호법·공공의대법·의사면허법' 향배 촉각
의료계, 강한 거부감 속 국회 행보 주시…결과 따라 '의사 총파업' 배제 못해
2022.12.29 14:47 댓글쓰기



의료계는 연속되는 시련의 계절이다. 하나를 막기도 쉽지 않은데 민감한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필수 집행부 출범 이후 여간해서 나오지 않던 ‘총파업’ 목소리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국회와 대한의사협회 간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결격기간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의사인력 문제 얽혀 있는 공공의대, 직역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간호법 등 때문이다. 하나 같이 의협을 포함 의료계가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에서는 의사면허법, 간호법 등을 두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패싱’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보건복지위에서 본회의로 부의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움직임도 바빠졌다. 간호법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앞에서 연일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의사면허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움직임 대신 의협 대관팀이 법사위 의원실에 출근하다시피 한다는 후문이다.


공공의대를 놓고는 공청회에 참석해 부당함을 주장했으나, 여야 이견 확인과는 별개로 패널 사이에서도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정기국회 넘어 임시국회 처리 주장 제기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의사면허법과 간호법이 계류돼 있다. 


우여곡절 끝에 보건복지위를 넘은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에 계류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나아가 법사위가 논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위 차원에서 본회의 부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다.


국회법 제86조 3항은 ‘법제사법위원회가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이의가 없는 경우 의장에게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토록 했는데,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 의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사면허법 뿐만 아니라 간호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지난 12월 9일 열렸던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사위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은 “지난 정기국회 기간 동안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는데 법사위가 의결하지 않은 법안이 있다”며 “보건복지위원장이 법사위원장에게 조속한 통과를 촉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이 “상임위에서 얼마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는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며 “상임위에서 통과됐지만 법사위 역할이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당 최 의원이 간호법을 염두에 두고 “법사위 계류 법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임시국회 끝나기 전’이라는 시한을 주고 복지위에서 본회의 부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여당 내 이견만 노출됐다.


최 의원은 간호법 본회의 부의 ‘키맨’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현원은 24명이고, 민주당 소속은 의원은 14명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간호법 본회의 부의에 찬성해도 ‘14.4명’에 ‘1명’ 모자란 상황이다. 


물론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간호법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민주당 소속 의원 ‘이탈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도 최 의원이 간호법에 힘을 실어주면서 ‘여야 합의’라는 명분까지 쥐게 됐다.


결국 의협 등 의료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 하는 형국이다.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됐으나, 1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부의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공청회 열렸지만 이견만 확인한 공공의대


공공의대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남원 국립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봤으나, 실상은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위에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김성주 의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용호 의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김형동 의원),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 개정안(서동용 의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 개정안(기동민 의원) 등 5가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여야 보건복지위 간사는 법안소위 안건으로 회부하는 것 자체에 대해 합의하지 못 했고, 급기야 지난 11월 15일과 16일로 예정됐던 법안소위 개최가 연기됐다. 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당에서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공의대, 기초연금법, 장애인 권리보장 등에서 교착이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후 보건복지위는 법안소위 안건으로 공공의대법을 올리는 대신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해당 공청회에서는 여야 입장차만 재확인됐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질(質) 좋은 의료인력을 갑자기 양성할 수 있나. 절박하고 어려운 곳에 사명감 있는 분들을 투입해야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지역에서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지 등은 지역 소멸 관련해 핵심”이라며 “의료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빅5라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1명을 모집하는데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며 “공공의대가 지역 연고 등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증거”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공정책 수가, 지역별 의료체계 확립, 지역 의료기관 서비스 질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며 “전국이 1일 생활권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12월 임시국회 법안소위 안건으로 올라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공공의대법을 법안소위 안건으로 회부하려 하는데 국민의힘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어떻게든 활용해보려 동분서주하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공공의대법 논의 촉구를 위해 공청회장을 찾았으나 빈손으로 돌아갔다.


의협으로서도 곤혹스럽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공공의대 설립이었다. 


최근에는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의대 신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의협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모양새다.


이와 반대로 매해 임시국회,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가리지 않고 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첫 총파업 발언 등 격앙된 의료계


의사면허법, 간호법 등 본회의 직행 이야기가 나오면서 의료계의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격앙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으로 일어난 의료계 총파업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의 단어 선택도 시간이 지나면서 강경일변도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간호법 통과 시 “‘특단의 대책’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던 이 회장의 발언은 같은 해 5월 15일에는 “간호법을 최종 통과시킨다면 14만 의사 총궐기는 불가피하다”로 세졌다.


의협 대의원회도 이 회장의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1월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보건의료 직역 중 간호사만을 위한 법 제정에 나선 야당은 국민 건강과 생명 수호라는 국회 책임을 버리는 것”이라며 “국회 입법 절차까지 무시하려는 반이성적인 집단행동에 앞서고 있어 우려된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정치 목적이 국민을 건강하고 편안하게 받들고,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 국가 번영을 이룩하는 데 있다면, 간호 악법(惡法) 제정이 정치가 추구하는 목적으로 향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사 포함 의료단체와 대한간호협회 대립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간협이 지난 11월 21일 국회의사당대로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를 연데 이어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등은 같은 달 27일 같은 장소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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