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메르스 80번 환자에 국가책임 없어' 판결···1심 뒤집어
2020.11.26 17:44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려 숨진 환자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9부(손철우 김형진 원종찬 부장판사)는 26일 메르스 80번 환자 A씨의 유족들이 국가와 삼성생명공익재단,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국가는 유족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유족들은 공무원들의 과실로 A씨가 감염됐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를 전염시킨) 14번 환자는 2015년 5월 15일부터 17일 사이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메르스 환자로부터 감염됐다"면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5월 18일 1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이뤄진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진단 검사와 역학조사가 제때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14번 환자의 감염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A씨)은 5월 27∼29일 사이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과 역학조사는 그 이후 이뤄졌다"며 "14번 환자에 대해 역학조사를 했더라도 망인에게 조기 진단과 치료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5년 5월 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 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걸린 80번 환자다.


14번 환자는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맞은편 병실을 쓰던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고,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여러 환자에게 전염시켰다.


A씨는 같은 해 10월 1일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 해제 조치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가 열흘 뒤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이후 메르스 양성과 음성 반응이 반복해서 나타난 끝에 A씨는 격리 해제 조치를 받지 못하고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가 같은 해 11월 25일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사태 초기 국가와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이 부실했다며 2016년 6월 총 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메르스 1번 환자에 대한 보건당국 진단검사가 지연되고 1번 환자가 머물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했다고 보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이 사건의 1심 판결은 메르스 환자와 유족들이 낸 여러 건의 소송 가운데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실제로 A씨와 같은 경로로 감염된 104번 환자의 유족 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대법원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38번 환자의 유족들이 낸 소송도 1·2심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이에 유족들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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