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 중단 사태 초래 신성약품···경험 부족 등 도마위
1259만 도즈 운송하면서 문제 발생 책임론···백신 저가입찰도 문제제기
2020.09.23 05:1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상온 노출 사태로 지난 9월22일부터 예정된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유통을 담당했던 '신성약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험이 전무한 유통사가 독감 백신 조달을 맡게 된 점, 그리고 실제 운송을 하청한 백신 전문 물류업체의 관리 감독마저 부실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이달초 10여 개사와 경쟁, 올해 처음으로 국가예방접종 독감백신 조달 계약을 따냈다.

신성약품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확보한 물량은 1259만 도즈다. 올해 정부가 국가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를 1900만명으로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을 보유한 셈이다. 

경험이 없는 업체가 낙찰된 이유로 지난 몇 년간 독감백신을 맡았던 업체들이 국가의약품조달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검찰조사에 들어가면서다.

문제는 정부와 백신제조사들이 독감백신 가격 책정을 두고 장기간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점이다. 이에 조달 입찰도 지연되면서 냉장유통(콜드체인)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고 유통을 맡게 됐다. 

이에 냉동유통할 수 있는 백신전문 물류업체에 하청을 줬다. 이 업체가 전국으로 백신 운송을 위해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며 차 문을 열어뒀고, 백신 제품을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모습은 사진으로 찍혀 질병관리청에 신고됐다. 자체 배송시스템을 보유한 백신조달업체도 있지만, 전국 2만1000여개 보건소와 병원 등에 물량을 보내려면 여러 전문 물류업체를 협력업체로 이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원청업체의 관리감독이 허술할 경우 언제든 독감백신이 부실하게 관리될 수 있는 위험의 소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독감백신 저가입찰 정책을 비판했다. 국가 입찰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백신 제조사는 물론 유통사도 비용 줄이기에 나서야 하는 구조가 이 같은 사태를 낳았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4가 백신이 국가사업에 포함되는데,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며 "4가 백신의 도즈당 입찰가격이 8260원으로, 이는 지난해 3가 7605원보다는 높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도 안 되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봐야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입찰 가격을 낮출수록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신성약품 같은 사태가 터질 수 있기에 저가입찰이 아닌 적정 가격 입찰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성약품 측도 언론을 통해 "백신 유통 사고는 전적으로 우리의 불찰”이라면서도 “배송 일정이 빠듯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성약품이 공급한 백신을 수거해 안정성·안전성을 확인 중이다. 추후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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