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응급실 근무 전공의 10여명을 경찰에 고발하며 강경조치에 나서며 실제 법적 처벌이 가능한가를 두고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별 사안을 따져서 처벌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며 ”일괄적인 지침에 따른다고 무조건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업무개시명령 불응...의료계 “명령서 미수령 처벌 대상 아니다” vs 정부 "의도적 송달회피 처벌 가능“
가장 많은 의료인들의 고발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업무개시명령 불응이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료인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은 이 같은 처벌 규정에 대비해 내부지침을 세웠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기 위해선 명령서가 의사에게 적법하게 도달돼야 한다. 명령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없다.
대표적인 판례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당시 업무개시 명령서를 우편으로 받고 확인한 의사들에 대해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업무개시 명령서를 적법하게 받지 않았다고 판단된 의사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공문이 담긴 우편물을 직접 수취하고 반송하는 식으로 대응책을 권고했으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핸드폰을 끄고 외부 연락을 차단하는 ‘블랙아웃’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정부는 "당사자가 명령서를 직접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교부받지 않는 방법으로 회피하려 하더라도 행정절차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송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명령서 수령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행위도 관련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명령서를 직접 수령하지 않는 행동지침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어렵게 하는 것은 명령 거부행위를 적극 조장‧독력하는 행위가 돼 의료법 위반에 교사 내지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에선 의도적인 등기우편(명령서) 거부행위가 있었을시 이는 적법하게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상대방이 우편물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수취를 거부했더라도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법리에 대해 다른 해석이 이뤄질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판결을 가르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전문 A변호사는 “기존 판례에 비춰보면 의사들이 적법하게 업무개시명령서를 교부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며 “대리인에게 알리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법정에선 이 같은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의협 “파업은 ‘권고’사항” vs 정부 “집단휴진 계획·추진, 부당한 제한행위”
복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아울러 의료법에 근거한 행정처분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다.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시행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파업 당시 대법원은 의협이 의사들에게 휴업하도록 한 것이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며 의협에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재정 전 의협회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한광수 전 직무대행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의협은 2014년 파업과 관련한 재판에서 법원이 집행부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법원 지난 3월 1심에서 의협이 소속 회원들의 투표로 휴업을 결정하고 투표에 불참한 회원에 대해 별도의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한 제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현재 2심을 앞두고 있다.
의협은 이 같은 판례를 의식하며 대회원 서신 등에 각별히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회원들에게 보내는 집단휴진 관련 공문에서 등에서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등 집단휴진의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행정소송을 다수 경험한 B변호사는 “의협 성명이나 대회원 공지를 잘 살펴보면 향후 법적 처분을 고려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공정위 조사를 수차례 받은 만큼 사전에 꼼꼼하게 대응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실제 법정에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지게 된다”며 “이번 집단휴진과 관련해서도 많은 법적 쟁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