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모두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정부와의 소통 채널에 대해서는 상이한 결정을 내려 관심이 집중된다.
대전협은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긴급 면담을 통해 소통협의체 구성에 나섰으나, 같은 날 의협은 당일로 예정된 보건복지부와의 만남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원로들은 “과거 학습효과 때문에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대전협과 의협은 각각 7일과 14일 총파업을 공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박지현 대전협 회장을 만나 ‘소통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보건의료정책 추진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6일에도 박지현 대전협 회장과 관계자들을 만나 총파업 관련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대전협의 경우 총파업이 예정된 가운데도 정부와의 대화 물꼬는 닫지 않고 이어간 것이다.
반면 의협은 5일 예정됐던 복지부와의 만남을 당일 취소하고, 국무총리실에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보건복지부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각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을 요청하는 등 젊은 의사들을 압박함에 따라 조율 중이던 만남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면담을 취소한 이유로 대전협에 대한 압박을 든 셈인데, 정작 당사자인 대전협은 보건복지부와의 대화도 열어 놨다.
의료계 원로들은 이의 이유로 ‘학습효과’를 들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00년 초반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2014년 원격의료 등 정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경험 때문에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집 의협 회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의료계 원로인 A씨는 “의료계가 한 두 번 속아 봤나”며 “일단 투쟁을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다음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원로 선배인 B씨도 “협의하자고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마이동풍’”이라며 “의약분업 때도 전 대통령이 갖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에는 몇 개월 만에 다 뒤집어졌다. 현재는 보건복지부가 약속조차 안하려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