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사망하게 한 사고를 2년 넘게 은폐한 분당차병원 의사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었는데 2심에선 벌금형이 선고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의사 M씨와 소아청소년과 의사 L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M씨는 분만 과정 책임자였고 L씨는 떨어진 아기의 치료를 맡았다.
병원 운영을 총괄한 부원장 J씨에게는 징역 2년을, 신생아를 떨어뜨린 의사 L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사용인인 성광의료재단이 의료법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앞서 2016년 8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옮기다가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기는 6시간 만에 사망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낙상 사고 사실을 수술기록부에서 누락하고, 사고와 관련해 진행한 뇌초음파 검사 결과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원장 J씨는 초음파 검사 결과를 없애는 데 공모하기도 했다. 결국 아기는 '병사' 처리돼 화장됐다.
재판에서 이들은 1·2심 내내 "당시 낙상사고와 아기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며, 이를 은폐하기로 공모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생 때 몸무게가 1.13㎏의 극소 저체중아였다고 해도 낙상사고가 사망 위험을 증대시켰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아기에게 낙상이 사망의 치명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나왔던 혐의 항목들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건에 대해선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의술을 베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행한 결과는 안타깝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실관계를 은폐, 왜곡한 의료인에게 온정을 베풀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편중된 정보를 이용해 사고 원인을 숨겼고, 오랜 시간이 흘러 비로소 개시된 수사에서도 사실관계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아기 보호자와 합의했다고 해도 엄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죄가 추가돼 형량을 올리는 부분도 고민했지만, 피고인들이 범죄 전력 없이 성실히 의술을 베풀어 온 의료인인 점을 참작해서 1심 형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