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의학계는 물론 병원계, 개원가까지 반대했지만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의 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덜고,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 관리 기반 구축을 위한다는 명분이 반대 논리를 누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2020년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김강립 차관)’를 열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 내용을 보고받았다.
한의약 분야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대비 낮은 수준으로 보장범위 확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 경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건정심 위원들 판단이다.
복지부 역시 첩약은 비급여로 본인 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한의 치료법 중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요구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시범사업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환자 맞춤형 한약이라는 첩약의 특성을 고려,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우선 건강보험에 가입된 외래환자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질환 치료를 위해 사업참여 한의원에서 첩약을 처방받을 경우 시범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규격품 한약재 사용, 조재내역 공개 등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한의원에서 진찰·처방 후 첩약을 직접 조제하거나, 약국·한약국에서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다.
행위수가는 한의학 진료의 고유특성을 고려하여 검사, 진단, 처방 복약, 조제, 탕전 등 행위 소요시간을 반영하여 신설했다. 약재비는 질환별 상환 범위 내에서 실제 처방되어 사용한 약재의 실거래가를 지급할 예정이다.
진찰비 포함 총 10만8760원 ~ 15만880원 수준(10일분 20첩 기준)으로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된다. 실제 5만1700원~7만2700원에 치료용 첩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다.
급여범위 초과 시 전액 환자 부담이다. 시범사업은 준비 기간을 거쳐 10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고, 신청 등 준비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
자문단을 통해 주기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시범사업의 타당성 분석 및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의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시범사업과 함께 한약재 유통부터 최종 조제까지 국가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한약재 규격품 관련 시스템 구축, 처방 내역 공개, 조제 안전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국민에게 안전성·유효성이 한층 더 강화된 첩약을 제공하면서 치료비 부담은 낮춰 한의약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앞서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범의료계 차원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우려를 표하며 계획 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이번 결정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 관계가 당분간 불편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전문가들 의견도 무시한채 여론에 편승한 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추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