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팽팽한 신경전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료계 반발로 관련법 개정이 무산됐지만 이번 국회에서 재발의 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회사가 실손보험금 청구 과정에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거나 이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현재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직접 영수증과 진료 명세서, 진단서, 소견서 등을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서 올리면 바로 청구되는 서비스가 일부 시행 중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과정이 복잡해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상당수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를 통한 입법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2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관련법이 재발의 되면서 의료계는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정보를 통제없이 보험회사가 요구하도록 하는 악법이라는 논리다.
의료계 한 인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회사 편의를 봐주는 제도”라며 “보험회사의 행정부담을 의료기관이 떠안게 하고 환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보험금 지급율이 높아짐으로써 손해율 역시 동반 상승하겠지만 현재 수기로 입력하는 실손보험 서류 처리 비용 등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란은 국민청원 등 장외전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 청원인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는 제하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 정부의 보장성 정책과 배치되는 것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가중되고 보험회사는 국민의 의료정보를 축적해 횡포를 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숨겨진 의도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병원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경우 환자별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밖에 없고, 보험이 가입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함으로써 보험료 인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모든 진료기록이 보험회사로 전송돼 나중에 고액의 진료나 수술시 자신의 병력 등의 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 및 보험가입을 거부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국민의 편의라는 가면을 쓰고 뒤로는 모든 국민의 의료정보를 축적,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도구로 활용될 게 너무나 자명하다”고 일침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47.5%였다.
그 이유는 ‘진료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73.3%로 가장 많았고,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44%, ‘증빙서류 제출이 복잡하다’가 30.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