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에서만 이뤄진 현지조사는 적법하지 않으며, 이에 따른 처분도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은 현지조사와 관련해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반드시 동행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관행상 이 같은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그간 제기됐다.
16일 서울행정법원12부(재판장 홍순욱)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등의 이유로 업무정치처분과 2000여 만원의 의료급여를 환수 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복지부와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의사 A씨가 의료급여비용을 적정하게 청구했는지를 살피기 위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내원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급여를 수급하고 원외처방을 해 부당하게 약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187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또 관할 지자체는 2000여만원의 의료급여비용을 환수했다.
그러나 A씨는 처분에 불복했다. 해당 현지조사는 조사 권한이 없는 직원들에 이뤄졌기 때문에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단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현지조사 권한을 ‘관계 공무원’이라고 정한다. 그러나 의료급여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선 현지조사의 근거가 되는 행정조사권을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정한다.
재판부는 이같은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A씨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현지조사팀은 복지부 소속 주무관인 팀장과 심평원 소속 직원들로 구성됐는데, 실제 현지조사에서 복지부 소속 팀장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조사 권한이 없는 심평원 직원만으로 진행된 현지조사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복지부가 심평원에 현지조사 권한을 위탁할 수 있는 근거 법령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등 조사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심평원으로 그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 때에는 복지부의 조사지침에 따라 복지부 소속 조사원이 반장(팀장)을 맡고 심평원 등 여타 인력이 편성돼야 한다.
실제 현지조사가 이뤄질 때는 조사반장이 권한을 나타내는 증표를 갖고 조사명령서와 현장출입조사서 등을 당사자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
재판부는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의료급여비용의 심사·조정·의료급여의 적정성 평가 및 급여 대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권한을 넘어선 현지조사권을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을 수 있는 법령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판시했다.
이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실시된 하자가 있어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결론냈다.
이 사건을 맡았던 김연희 법무법인 의성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참여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단독으로 현지조사를 하는 것은 무권한자의 행정조사로 무효이기 때문에 무효인 행정조사에 근거한 행정 처분은 위법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