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병역판정 검사에서 치과 전문의가 이비인후과 관련 신체 등급을 판정할 수 있도록 병무청이 규정을 변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병무청은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염을 앓고 있는 A씨는 병역판정 검사를 받기 위해 최근 지방병무청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비인후과 진료 기록을 들고 병역판정전담의사를 찾았지만, A씨의 신체검사를 담당한 의사는 치과의사였다.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던 A씨는 병무청에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병역판정전담의사 운영 지침'이 지난달 변경돼 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병무청은 지난달 25일 '수석 병역판정전담의사회의'를 열고 병역판정전담의사가 질병 등의 사유로 해당 검사과목의 신체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 다른 병역판정전담의사가 신체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치과의사가 병가 등을 갔을 때 이비인후과 의사는 치과 검사를 할 수 있었지만, 치과의사는 이비인후과 검사를 할 수 없었다.
지침 변경에 따라 치과와 이비인후과 의사 모두 한쪽이 부재 시 대신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료법에서 치과의사의 임무를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치과·이비인후과 모두 다른 전공에 대한 검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역판정검사의 신체 등급에 따라 현역·보충역 등의 복무 방식이 결정되는 만큼 검사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의가 아닌 의사의 검사가 이뤄지면 검사의 정확성·신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병무청의 지침 변경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치과의사가 비염 진단을 받은 환자의 병역판정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치과 의사가 해당 분야 교육을 받고 지식이 있을 수 있지만,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판정이 정확할지에 대해 우려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병무청은 이비인후과·치과 겸직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병역판정전담의사 수급의 한계로 검사소에 이비인후과 의사가 1명씩 배치돼있어 1명이 부재할 경우 검사 자체가 이뤄질 수 없었다며 규정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병무청은 "병역판정 치과의사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이비인후과와 의료적 연관성이 높다"며 "일반 병원에서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는 이비인후과에서 수행하는 두개골 기저부 등을 동반하는 수술 등을 한다. 비염의 경우 치과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검사 결과에 불복하면 중앙신체검사소에서 재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이비인후과 등 1명씩 배치된 6개 과목 병역판정전담의사를 2명씩 배치하도록 국방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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