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박민식 기자] 중국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병원들의 의료관광객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방문 의료관광객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의 해외관광이 차단됨에 따라 당분간 이들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27일부터 해외단체관광 상품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의료관광 업체 및 병원 관계자들은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은 11만83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통합(19.4%)에 이어 성형외과(14.4%)와 피부과(13.7%) 순이었다.
지출 금액으로 봐도 중국인 환자들의 비중이 컸다. 신한카드·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외국인 신용카드 국내 지출액’ 자료에 따르면 의료부문 지출은 5206억원 중 2146억원을 중국인들이 사용했다.
이는 타 국가 국민들 대비 압도적인 수치로,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빈 자리가 예상보다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성형외과·피부과 등 중국인 의료관광객 수요가 많은 개원가는 직격탄이 예고된다. 여기에 3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강남권 성형외과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계자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손 놓고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강남권 대형 성형외과들은 보건당국 대응방침에 따라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이 같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인 환자 감소세를 멈추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인 내원 여부를 묻는 국내외 환자들의 문의가 잇따르며 병원 측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환자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강남구에 위치한 A피부과 의원은 평소에 중국인 단체 혹은 개인 환자들이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로 발길이 뚝 끊겼다.
입구에는 서울시의사회에서 배포한 신종코로나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고 직원들과 의료진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감염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A피부과 관계자는 “평소 중국환자들이 많았는데 그 영향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들도 내원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인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기도 하고 국내 환자들의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중국인 의료관광객 감소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도 개원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제주도는 중국인 대상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의 일시 중단을 법무부와 논의 중이다. 무사증 제도 일시 중단의 최종 결정권은 법무부가 갖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사스, 신종플루 등의 사태 때에도 무사증 제도가 일시 중단된 적은 없었다”며 “무사증 제도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던 중국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면서 일시 중단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 금지 조치에 이어 법무무가 중국인 대상 무사증 입국제도마저 중단할 경우 제주도 개원가도 내원객 및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미국, 중동환자 비중 높은 대학병원도 긴장감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 환자들의 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방한 의료관광객 가운데 중국 외 국가의 중증환자 수요가 높은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비중은 중국(18.5%)에 이어 미국(11.9%)이 높았다. 미국 환자 중 38.9%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입원환자 평균 재원기간은 9.7일 이었다.
국내 의료관광 업계에서 유망국으로 떠오르는 러시아 환자들의 경우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비율(45.9%)이 가장 높다. 의료관광 시장 중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알려진 중동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경우(61.2%)가 과반수를 넘는다.
중증질환자가 큰 수술을 위해 방문할 때는 회복기간을 고려해 보통 가족들과 함께 수 개월 가량 체류하게 된다. 때문에 진료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관광패키지 상품이 많다.
또 최근에는 중증질환 수술뿐만 아니라 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내 대형병원에서 건강검진과 관광을 함께 하는 웰니스 환자 수요도 늘고 있다.
이처럼 대형병원을 찾는 '큰손' 해외 중증환자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이는 가운데 국내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이들이 한국행을 주저하지 않겠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몇몇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3년 연속 법무부로부터 의료관광 유치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강동경희대병원은 국제진료센터 방문 내원객을 대상으로 손소독, 마스크 착용, 체열측정, 사전문진을 실시 중이다.
이 외에 유치업체 등의 관계기관과 함께 해당 국가 환자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병원의 현황을 공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외국인환자수가 연평균 23% 증가한 가천대 길병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국내외 환자 안전을 위해 보건당국 지침을 준수하고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확진자수 추이와 정부당국이 발표하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했다.
미국환자 유치를 위해 최근 한국관광공사 및 현지 의료관광 전문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아산병원도 내달 진행될 예정인 공동광고와 기업대상 설명회에서 방역체계 안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병원 및 유관기관은 우한폐렴 사태로 인한 해외환자 시장 감소세가 장기화 될거라 속단하긴 이르다는 의견을 보였다.
강동경희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다소 주춤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역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상황이 초기인만큼 의료관광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