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등에서 추출한 약물을 혈맥(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한의학적 치료 방식인 ‘혈맥약침술’은 기존의 약침술과는 다르므로 ‘비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약침술’은 지난 2006년 1월부터 국민건강보험법상 ‘비급여 항목’으로 전환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는 부산시 양·한방협진 의료기관인 P요양병원 오 모 원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상대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을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12년 7월, 기관지 및 폐질환으로 6개월간 P병원에 입원한 환자 성 모 씨는 ‘항암혈맥약침’등의 치료를 받은 뒤 이에 대한 비용(본인부담금) 9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성 씨는 보험회사에 병원에 지급한 본인부담금이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심평원은 “혈맥약침술 비용 920만원은 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확인된다”며 “오 원장이 성 씨에게 진료비를 돌려줄 것”을 명했다.
이에 오 원장은 반발,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오 원장은 “혈맥약침술은 보건복지부 고시 상 비급여항목에 등재돼있는 ‘약침술’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심평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대한한의학의 설명, 약침술과 주사요법의 차이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
앞서 복지부는 한의사가 정맥혈관에 산삼약물을 주사기로 투약한 행위에 대해 “압통점, 경락, 경혈점 등에 주입하는 식의 한방 원리와 다르다”며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비급여항목인 약침술에서 발전한 치료법이지만, 약침술과 시술 대상·시술량·원리 및 효능 발생 기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혈맥약침술에서 혈맥은 산양삼 등을 증류해 추출한 약물의 이동통로로만 기능하고, 약침술과 달리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며 “혈맥약침술은 오로지 약물 효과만이 극대화된 시술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기존의 약침술에서 변경된 예외적인 치료방법이고, 혈맥약침술의 개발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별도로 신의료기술평가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이 중국과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고 한의학회가 작성한 각종 문서에 혈맥약침술이 약침술의 한 형태로 기재돼있다고 하더라도 비급여로 등재된 약침술에 혈맥약침술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오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