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음압격리병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음압시설을 갖춘 1인 격리병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비용 부담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또 다시 병원에 부담을 전가한다면 심각한 규제가 될 것이라는 게 뼈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의료법 시행 규칙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복지부는 앞서 환자들이 의료기관 감염에 안심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적정수준의 음압격리병실 확보 및 병상 간 이격거리 확보 등 시설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 전실(前室) 및 음압시설(陰壓施設)을 갖춘 1인 격리병실 신설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
다.
세부적으로 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음압격리병실 설치 의무 신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일반환자 입원실 시설 개선 의무 신설 ▲중환자실 시설 개선 의무 신설 ▲기존 시설에 대한 유예적 중간의무 마련 등
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기관에 비용 부담이 전제된 환자를 위한 제도 개선 시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수가를 반
영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적정수가가 동반되지 않는 제도 개선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주장이다.
의협은 “재원 조달 방안 마련 없이 법이 시행된다면 규제만 강화하는 법이 될 것”이라며 “중소병원은 오히려 병상 수를 대폭 줄여 경영을 효율화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도 벗어나는 방향으로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감염전문 의사·간호사 등
인력도 부족한 현실이 감안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을 제외한 일반병실의 음압병실이 병원 곳곳에 흩어져 있을 경우 감염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염관리가 부실해질 경우 더 많은 일반 입원환자에게 감염질환이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협은 “병원의 한층 전체를 음압병실층으로 새로 지정하거나 기존의 건물에 한 층을 새로 증축하는 것이 감염관리 차원에서 효율적”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의협은 “이렇게 새로 지정되거나 새로 증축되는 음압병실층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건물 용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시설투자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면 병실 간 벽을 허물지 않는 한 전국 대부분 병원의 6인실은 4인실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이럴 경우 병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선진국의 기준을 따른다면 입원료와 의료수가에 대해서도 선진국에 상응한 인상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중환자실은 환자 침상마다 의료가스, 산소, 전원코드가 설치돼 있는데 새로운 병상 간 이격거리를 준수하기 위
해서는 기존 시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의협은 “새로운 시설공사가 필요하며 중환자실 10병상 당 1개의 격리시설, 특히 그 중 하나는 음압격리시설로 운영하려면 기존 중환자 병상의 1/3 가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다. 시설 공사 중에는 중환자실을 운영이 중단되므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기고 병원 경영에 큰 손실이 초래된다면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반문했다.
의협은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병원에 부담을 전가한다면 현재도 손익분기점 선상에서 간신히 운영하는 전국 대부분의 병원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책입안자는 선진국에 상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선진국 수준에 맞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