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도입한 장기요양보험의 곳간 상황이 심상찮다. 이대로 가다가는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치매국가책임제 등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지출 증가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재정 추계까지 겹치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재정 수지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8년 출범 이후 흑자를 유지하던 장기요양보험 당기수지는 2016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18년에는 61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2조5324억원까지 증가했던 누적적립금 규모 역시 2016년부터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1조3698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복지부가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한 재정운영계획에 따르면 보험률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2020년에는 누적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2023년에는 적자 규모가 무려 9조9427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요양보험 재정 건정성에 대한 우려는 수입과 지출 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출범 이후 수입과 지출 모두 증가했지만 그 폭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수입의 경우 2008년 7518억원에서 2018년 6조657억원으로 7배 증가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23%의 증가율이다.
반면 지출은 2008년 5731억원에서 2018년 6조6758억원으로 11.6배 늘었다. 증가율로는 수입 대비 5%나 높은 28%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수급자 수 확대와 수가인상, 치매국가책임제 등 제도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2018년의 경우 전년대비 지출증가분 1조2394억원을 원인별로 나눠보면 수급자 수 증가분이 6074억원, 수가인상 5502억원, 제도 개선 818억원 등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처 역시 장기요양보험 재정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6년에 중장기 재정상황을 예측하면서 2022년 누적적립금 고갈을 확인하고도 이러한 사실을 장기요양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3년이 지난 2019년에서야 누적적립금 고갈 우려 등에 대해 보고받고, 부랴부랴 2020년 장기보험료율을 1.74%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중장기 재정추계를 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아 재정 관리가 원활치 못했고, 갑작스런 보험료율 인상으로 가입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