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국내
코로나19 증가율이 낮아지고 치사율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확인되면서 한국식 전염병 대처법에 전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감염안전 진료부스 등 다양한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확진자 동선을 철저히 조사·공개해 접촉자를 가려내는 역학조사, 높은 시민의식까지 국내 코로나19 대처법은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선 하루 평균 2만건 정도의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질 만큼 신속한 검사가 가능하다. 신속한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배경에는 진단키트를 빠르게 개발, 보급한 덕분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금년 1월말부터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진단시약 등 의료기기의 긴급한 사용이 필요하나 국내 허가제품이 없거나 공급이 부족한 경우, 제품 허가단계를 면제해 한시적으로 제조·수입·판매·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를 통해 국내서 승인된 제품은 ▲씨젠 '올플렉스' ▲코젠바이오텍 '파워체크' ▲솔젠트 '디아플렉스Q' ▲에스디바이오센서 '스탠다드 M' ▲바이오세움 '리얼큐' 등 5개다.
이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대량 보급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방역 물품을 공급해 달라고 정부 차원에서 요청한 국가는 81곳이다. 여기에 민간 영역까지 더하면 117개국에 이른다.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진단시약들은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유전자증폭 검사법 이외에 항체·항원 검사 키트도 포함됐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물품 해외 진출 지원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보건 수요, 경제적 실익, 한국의 대외정책 등을 두루 고려해 상업적 수출 또는 원조 방식으로 외교적 협력을 진행하게 된다.
드라이브 스루·워킹 스루·감염안전 진료부스 등 다양한 선별진료소 운영
검사 과정을 간편화해 검사 시간을 줄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선별진료소 또한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고 해외에서 적극 차용하는 모습이다.
차에 탄 채로 패스트푸드 등을 주문하는데 주로 이용됐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선별진료소에 접목시킨 것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주치의인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다.
해당 검사법을 통해 의심 환자는 차를 타고 선별진료에 도착한 후 진료, 수납, 검체 채취까지 전 과정을 차 안에서 마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면 피검사자가 차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어 체온 측정 등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감염 위험성이 낮다. 또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대기하지 않아 교차 감염의 가능성도 줄였다.
최대 1시간 이상 걸리던 1인당 검체 채취 시간을 10분가량으로 단축해 검사 시간도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일반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를 검사할 때마다 장비를 소독하고 의료진이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했지만,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는 차량 내외부를 소독하고 차량이 떠나면 주변을 소독하면 된다.
교정시설 면회실과 외양이 비슷한 감염안전 진료부스 또한 감염위험도와 검사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인다.
감염안전 진료부스는 환자와 의료진 공간이 분리된 1인 부스 형태로 비말 접촉없이 검사할 수 있어 환자, 의료진, 소독 담당자 모두의 감염위험도를 낮춘다.
의사가 환자와 분리돼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시간과 동선이 단축된다. 의료진 피로도를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부스 내 인터폰을 설치, 진료 중 상호대화를 할 수 있으며 부스 밖으로 청진기를 부착하고 내부에 펜 라이트를 비치,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 가능한 진료 여건 또한 조성했다.
컨테이너와 천막으로 구성된 일반 선별진료소는 상호 감염 위험과 비효율적 동선, 긴 검사 대기시간 등으로 환자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또한 각 병원 음압실은 입원용 병실로 검체채취만으로 활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며 검사 후 병실 전체를 소독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다.
감염안전 진료부스를 이용하면 검체 채취는 1분이면 충분히 가능하며 빠른 환기와 1분에서 2분 사이의 짧은 소독시간으로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옥외공간에 개방형 선별진료소, 일명 오픈 워킹스루형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무증상 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공항의 특성을 이용한 독특한 선별진료소로, 개방된 공간에서 오염원이 해소돼 소독할 필요 없이 검체 채취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일반 선별진료소는 1시간에 2∼3명,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1시간에 6∼8명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지만 개방형 진료소에서는 1시간에 12명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개방형 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속도는 선별진료소보다 최고 6배, 드라이브 스루 검진보다 2배 정도 빠른 셈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각각 8개씩 총 16개 부스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투명한 확진자 동선 공개에 생필품 사재기 없는 시민의식 높은 평가
확진자 동선을 면밀히 추적해 일반인에게까지 공개하고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모두 검사·격리하는 방식 또한 국내 코로나19 2차 감염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의료진에 의해 동선이 추적되는데 이는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모두 찾아내 검사하고 필요할 경우 격리하기 위해서다.
휴대폰에 장착된 GPS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차는 의료진이 전염 경로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도록 하며 외과의사가 암조직을 제거하듯 바이러스를 사회에서 도려낼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다 적극적인 역학 조사 필요성을 느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감염병 예방법 예외 조항을 개정했다.
국민들의 휴대폰에서는 각자가 사는 지역에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비상 경보음을 울려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 알림은 확진자의 이동경로는 물론 이용 차량, 탑승 내역 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지까지도 세세히 알려주며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은 검사 센터에 알리도록 독려한다.
지난 26일부터는 평균 24시간 소요되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 시간을 10분으로 줄여줄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 절차를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국토부가 기존에 대규모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
또 빅데이터를 통한 실시간 분석으로 확진자 이동동선과 시간대별 체류 지점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지역 내 감염원 파악 등 통계 분석까지 가능하다.
확진자 동선공개에 대한 시민들의 협조율이 높은 것도 코로나19 대처에 도움이 됐다. TV방송, 지하철역 안내방송, 스마트폰 알람 등은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마스크 착용을 상기시키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조언 및 감염 정보를 제공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대중들에게 마치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공통된 목표를 부여하고 높은 자신감을 가지게 해 패닉이나 사재기 현상을 줄인다.
이태호 외교부 차관은 “이러한 공공의 신뢰가 집단의 노력을 강화시킨 대단히 수준 높은 시민의식과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