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폐동맥협착증을 앓던 4살 환아를 치료하기 위해 스텐트 시술을 하다 혈관이 손상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환아 심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없이 무리하게 스텐트 제거를 시도, 출혈을 막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스텐트 시술과 사망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재판장 김상환)는 스텐트 시술 중 혈관 손상으로 환자가 사망하면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당시 4세였던 B양은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인한 고혈압 증세로 A씨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을 찾았다.
즉각적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스텐트 시술을 결정했고, 소아심장 전문의 A씨는 ‘풍선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환아의 오른쪽 골반에 구멍을 뚫고 유도철선(wire)을 통해 풍선을 주폐동맥 판막 부위까지 집어넣은 후 풍선에 액체를 수회 넣었다 뺐다 하면서 혈관을 넓혔다.
그러나 주폐동맥 판막 부위에서 입구에서 턱에 걸렸고, 이에 A씨는 스텐트를 밀어 넣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스텐트에 변형이 생겨 더 이상 삽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의료진은 스텐트 시술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갈고리가 달린 카테터(snare catheter)로 스텐트를 다시 빼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40여분 간의 시술 끝에 스텐트를 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스텐트 끝 갈고리가 걸려 외장골 정맥이 파열되고 대퇴쪽으로 구겨지면서 혈관이 손상됐고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
이에 같은 병원 이식혈관외과 전문의에게 ‘스텐트 제거 및 강선 제거술, 총장골정맥 및 외장골정맥 단단문합술’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환아는 심부전과 부정맥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불응성 대사성 산종으로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이 발생,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이에 A씨가 무리하게 스텐트 시술을 진행하다가 혈관을 손상시켰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환아가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증세를 보이며 심장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A씨가 무리하게 스텐트 제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텐트가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외장골 정맥 파열과 대퇴쪽 혈관을 손상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이 심기능이 악화됐고, 심부전·부정맥이 일어나 환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련의 시술 과정을 살폈을 때, A씨 등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해 스텐트를 제거하려고 한 것은, 당시 환아의 수술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선택한 방법이라고 봤다.
스텐트를 무리하게 빼내려고 한 것에 대해선 스텐트를 그대로 둘 경우 부정맥, 혈전 등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스텐트를 심장에서 가능한 말초혈관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갈고리에 외장골 정맥이 걸려 혈관 손상이 발생한 것은, 스텐트를 대퇴정맥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혈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무리하게 스텐트 시술을 했다면 하대정맥부터 장골정맥 등의 모든 부위가 손상됐을 수 있는데, 이러한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때문에 약한 철사줄로 만들어진 올가미형 카테터가 끊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무리하게 스텐트를 제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서울남부지법은 “환아는 대혈관전이의 2회 수술과 심한 폐동맥 협착으로 심장에 이미 부담이 있었던 상태여서 심각한 부정맥과 심기능 부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의료행위 과정에서 심각한 출혈이나 무리한 혈관 손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출혈이나 혈관 손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정으로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검사 주장이 이유없다고 봤다.
3심 대법원 또한 검사 측이 끝내 ‘범죄 사실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사실이 없다"며 검사 상고를 기각하고 대법관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