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A씨는 갑자기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한 A씨는 인근 파출소를 방문했고 체온측정결과 38도가 나왔다. 경찰관은 인근 보건소에 연락했지만 ‘지금 당장 검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와 경찰관은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오늘은 예약이 꽉 차 있어 검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관은 “간이 검사 등의 방법이 없겠나”고 물었지만 간호사는 “가능하면 검사를 실시하고 싶지만 약간의 시간도 빼기 어려울 정도로 검사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접촉자가 발생한 지역 선별진료소들이 검사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의 방문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선별진료소에 직접 찾아오는 환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병원들은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증상에 따라 보건소 진료를 안내하고 있지만, 당장 검사를 원하는 환자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감염병사태에서 선별진료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부 병원들은 천막 형태의 임시선별진료소가 아닌 원내 상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과 대구·경북 지역 일부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강동구 소재 강동경희대병원은 검사 수요가 대폭 늘어난 병원 중 하나다. 지난달 말 이지역에 있는 대형 교회 명성교회 부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사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져 대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염려한 병원은 코로나19검사 사전 전화예약제를 도입했다.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대기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위험성 및 원활한 검사를 위해 천막형 대기실 외 각 방이 나눠진 컨테이너 형태의 대기실을 현재 운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 의하면 코로나19 검사는 최근 가능한 시간대가 나오기 무섭게 예약이 완료된다. 검사를 원하는 환자들의 전화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
경북대병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사전진료를 위해선 1~2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지난 4일까지 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양의 평촌한림대병원도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선 2~3시간의 대기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선별 진료소 포화상태를 보며 일부 병원은 기존 시설을 보강하거나 원내 상시 선별진료소 설치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상시 선별진료소는 환자가 많이 방문하지 않지만, 이번 감염증 확산사태를 겪으며 평상시 시설을 철저히 구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컨테이너보다 더 튼튼한 ‘모듈러’ 형태의 가건물 선별진료소를 보강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서관 응급실 옆에 컨테이너를 1대 들여와 선별진료소 공간을 넓혔다. 진료실도 3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촬영검사실도 기존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이 밖에 감염전문병동 ‘I동’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김기택 경희대학교 의무부총장은 최근 주변에 선별진료소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별진료소는 평소 수요가 많지 않은 시설이다. 감염병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에선 내원객수가 많지 않기도 하다.
본관과 응급실 내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규모있는 선별진료소 2개를 운영했는데, 생각보다 환자가 적어 한 개 진료소는 가동을 중지했다가 최근 재가동을 시작했다”며 “하루 100여명 정도의 환자가 이용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도 코로나19와 관련, 하루 110~130명 정도의 환자가 안심진료소를 찾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시설 규모에 비해 환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