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국내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유럽에 이어 기온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여름이 되면 확산 흐름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예전 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여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달 중앙임상TF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이고 특히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여름에는 확실히 끝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국 공정원의 중난산 원사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는 보통 기온이 높은 여름에 활동성이 떨어진다”며 “6월 말 진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여름 종식설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의 경우 기온 38도, 습도 95% 이상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급격히 소멸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온이 높은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코로나19가 여름에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실제 3월 평균 최고기온이 32도를 상회하는 말레이시아는 3월15일 신규 확진자가 190명 발생, 총 감염자 수가 428명이 됐다. 이슬람 종교 행사 참석자들 가운데 확진자가 대거 쏟아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반구에 위치해 현재 여름인 브라질의 경우, 수도인 브라질리아의 3월 평균 최고기온은 27도를 넘으며 우기(雨期)로 습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브라질에서는 지난 14일 하루동안 70여 명의 감염자가 추가되는 등 15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185명을 기록하고 있다.
일평균 30도 정도의 기온을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도 초반에 비해 확산세는 줄었지만 확진자가 200명을 돌파했고 호주도 최근 총리가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상황이다.
이 밖에 카타르(337명), 바레인(212명), 인도네시아(117명), 태국(114명) 등도 높은 기온임에도 확진자 수는 세자리를 넘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WHO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까지 데이터를 근거로 코로나19는 덥고 습한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전염될 수 있다”며 “기후에 관계없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역에 살거나 여행을 간다면 보호 조치를 하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학 보건대학 연구팀도 “중국 일부 지역이나 싱가포르 등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만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의 사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미뤄볼 때 섣불리 여름 종식을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메르스의 경우도 여름이었던 6~7월에 기승을 부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