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상 차원에서 도입된 의료질평가가 의료 질보다는 병원 규모 등 구조적 역량에 비례해 보상 규모가 결정되는 불합리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의료기관 종별·과별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평가 지표를 고려해야 하며 전반적으로는 감염관리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연구, 보고한 '환자 안전과 연계된 의료질평가 결과지표 개발 및 적용 방안' 결과를 공개했다.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는 행위별수가제 기반에서 의료의 질을 바탕으로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국내 최초의 의료기관 단위 성과보상지불(pay for performance, p4p) 프로그램으로 2018년부터 지원금 규모를 7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평가지표 수를 기존 58개로 적용 중이다.
그러나 영역별 지표 구성의 적절성이 부족하고 구조지표 중심의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연구팀 지적이다.
연구팀은 "소아 중증질환 환자 수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환자수 지표의 경우 종별 기능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진료량 중심의 산출 지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의료 질보다는 병원 규모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질 영역과 환자안전 영역 모두에서 병상 규모가 클수록 성과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영역별 평균 점수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의 두 배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은 상위 그룹에서 지표 변별력이 없다. 연구팀이 2016년 기준 2~5등급 기관을 분석한 결과 모두 2017년에 성과가 유의하게 상승했으나, 최상위등급 기관(상급종합병원)은 유의한 상승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는 구조지표 중심의 평가구조에서 상위 그룹 기관들이 대부분 100% 달성하므로써 상위 그룹에서는 더는 지표 변별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 지표의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자격기준에 의해 종합병원보다 일정 부분 기본점수가 높게 형성돼 있으며, 현행과 같은 평가지표 체계로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 없이도 상위 등급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특히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져 왔던 환자안전 지표 개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전반적인 의료감염 관련 평가의 강화가 요구된다.
연구팀은 “의료관련 감염에 대한 관심은 곧 의료 질 전체의 문제”라며 “특히 감염병 유행은 구조지표와 과정지표에 허점이 있는 경우 발생하므로 지표별로 구조지표, 과정지표, 결과지표 비중을 달리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부위감염’의 경우 청구자료를 활용하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항목이며 병원의 전반적인 감염관리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지표화하는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의료법, 의료기관 인증평가, 임상 질 지표 평가에서도 의료관련 감염관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표준화 감염률을 제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계획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