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원가 이하 저수가 등 이미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 속에서 과징금 부과 및 징수만을 위해 의료기관 연간 수입금액 정보 조회를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은 의료기관에 과징금 부과 시 의료기관 총 수입 내역을 보건복지부에 제공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과징금 부과 또는 징수를 위해 세무관서에 '의료기관 연간 수입금액' 등 과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즉각 반대 의사를 피력하며 반발했다.
28일 의협은 브리핑을 열고 "성급히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보다는 과징금 산정방식, 부과기준 대상,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차등 요인 등 형평성을 고려한 여러 변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의료법 제67조 및 동법 시행령에는 의료기관이 부당행위로 업무정지 처분 등을 받았을 때 진료편의 및 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 하에 의료기관의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해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의료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 시 의료기관 연간 총 수입액을 기준으로 명시했다.
의협은 "개정안에서는 명확한 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의료기관에 부과되는 과징금에 있어 모든 과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에 따른 비밀유지 조항에 원칙적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국가에 통제받고 있는 의료를 경제법상 의무 위반과 동일시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더욱이 의료기관의 경우 근본적으로 의료행위를 행하면서 비영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의협은 "진료비나 의료수가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원가 이하 저수가로 대다수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의협은 "매출액이 수백 억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고 이윤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과 동일하게 과징금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을 계기로 의료법에 따른 과징금 산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의 역할이 분담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병·의원 경영 방식, 수입액, 운영 체계도 각각 달라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세부적인 과징금 부과체계 방식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특히 고가 약제비용 등 의료기관 특성에 따라 매출액 대비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기관도 존재한다"며 "이때문에 예외적 조항신설 등 전체적인 의료 특수성을 감안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원가 이하의 저수가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과징금이라는 처벌보다는 계도와 지도 위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