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지연으로 뇌손상이 발생한 환자에게 국가가 4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부장판사 이창형)은 환자 A씨(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가 대한민국(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허리 통증 및 허벅지 뒤쪽 저림 증상으로 경찰병원에 내원해 척추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
후방추체유합술을 시행하는 도중 A씨에게 세 차례 부정맥이 발생했다가 회복되자 의료진은 경과 관찰을 위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런데 중환자실 도착 직후 갑자기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을 투입하고 12분이 지난 뒤 기관 내 삽관과 심장마사지를 실시했다. 9분여 뒤 혈압이 96/70mmHg로 측정되는 등 심장기능이 회복됐다고 판단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A씨는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지기능과 근력이 저하돼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가를 상대로 7억1297만원을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 한숙희)은 의료진이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제때 시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는 환자에게 4억7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환자와 국가 양측 모두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환자는 “의료진은 심실세동이 연달아 3회 발생했을 때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도, 그 원인 확인을 위한 검사도 하지 않았다”며 “심실세동 대비 조치를 미흡하게 한 과실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중환자실에서도 환자에게 심실세동이 여러번 발생했지만 진료기록이 누락됐을 뿐 적절한 조치를 다했다”며 “또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할 때 환자의 기왕 장해율이 공제돼야 하고, 원고의 기왕증인 원인불명의 심질환으로 인한 부정맥으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이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봤다.
우선 재판부는 환자 측 주장에 대해 “중환자실 도착 직후 1분 만에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던 점 고려하면 심실세동에 대한 대비 및 원인 파악 조치를 미흡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국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진 심폐소생술을 지연한 과실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현재의 악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또한 사실조회 결과 환자에게 기왕의 장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에 중증의 심장호흡기 병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