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나서며 희귀난치성질환도 치료 지원확대 등 기대를 모았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환자와 의료진의 목소리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희귀난치성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 추진을 위한 전문가와 환자단체 등의 공감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정특례제도, 의료비지원사업 등이 희귀난치성질환의 특성을 감안하고 있지 않거나 지원 항목에 제한이 많아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는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된 사항이 현재는 전무한 상태”라며 “지원책 기준이 대다수 급여 본인부담금에 집중돼 있어 비급여나 본인부담 100% 항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약제가 개발되지 않았거나 치료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가 받지 못한 경우 혹은 급여가 아닌 경우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해야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신경척수염’의 경우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으로 최근 질환 특이적인 항체가 발견돼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됐지만 산정특례에는 따로 지정되지 않다보니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동양에서 많이 발병해 ‘동양형 ’다발성경화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를 행정적으로 다발성경화증과 동일하게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환자들의 치료제 부담 등을 고려해 의료현장에서는 계속해서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료를 보게 되고 통계상의 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치료제가 없어서 죽거나, 돈이 없어서 죽거나”
특히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치료제 개발과보험급여 확대에 따른 부담 감소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지목됐다.
희귀난치성질환의 하나인 'PNH(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환우회 임주형 회장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신약이 있어도 급여 등재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급여 등재가 되도 우리나라 급여기준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죽기 직전에야 맞아볼 수 있는 약’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예를 들면 PNH 신약인 ‘솔리리스’의 경우 4유닛의 수혈을 반드시 받고 신부전, 폐부전증 등의 동반질환을 입증해야만 한다”며 “환자들은 몸 상태가 나빠져 신장투석을 해야 하면 오히려 신약을 처방받을 수 있어 기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치료제가 없어서 죽거나 치료제가 있더라도 보험적용이 안 되는 값비싼 약제 때문에 사용해보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하동문 교수 역시 “희귀질환치료제 가격은 대부분 고가로 급여라 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이 얼마인지, 급여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난다”며 “호주, 영국 등처럼 건강보험재정이 아닌 별도의 정부 재정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수가 적어 수익성이 낮고 임상시험이 어렵다보니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실제 지금까지 알려진 희귀난치성질환은 7000여개에 이르는지만 진단 및 치료제가 존재하는 질환은 300여개에 불과한 상황으로 치료제 대다수가 해외에서 독점으로 개발돼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치료제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제약사가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고가 희귀질환 특허만료 의약품, 다빈도 공급불안정 의약품 등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지원하면공급불안정 문제를 일정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