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 ‘골든타임(Golden time)’. 뇌나 심장 관련 환자들에게 통용되지만 ‘재활’이라는 영역에서도 골든타임은 엄연히 존재한다. 회복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재활의료를 받으면 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높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활의료는 3개월 마다 병원을 옮겨다녀야 하는 구조다. 말 그대로 ‘재활난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대한재활병원협회가 창립됐다. ‘재활병원’의 법적 지위 확보와 재활난민 문제 공론화 등 동분서주하며 지난 시간이 벌써 1년이다. 그럼에도 협회를 이끌고 있는 우봉식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국내 재활의료체계 전면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내에서 전문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별 재활병원 6곳과 국토부가 운영하는 국립교통재활병원 1곳, 재활의학과 전문병원 10곳 등 총 17곳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일선 요양병원에서 재활의료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재활의학과 전문의 1717명 중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인원은 430명으로 전체 25%를 차지한다. 개원의나 병원 봉직의를 감안하면 절대적 비율이다.
재활의학계는 이러한 현실이 왜곡된 국내 재활의학계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대한재활병원협회는 ‘재활병원’의 법적 지위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재활병원을 포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오는 2018년 12월 30일부터 법적으로 재활병원 지정이 가능해졌다. 협회 출범 1년 만에 제도권 진입이라는 굵직한 결실을 얻었다.
하지만 우봉식 회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표했다. 재활병원이 법적 지위를 갖게 됐지만 이 것만으로는 진정한 회복기 재활의료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활의료 역시 건강보험 영역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인 만큼 의료법에 명시돼 있어야 수가체계, 인증 등 여러 제반사항을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수가체계로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 제공 불가능"
때문에 우봉식 회장은 앞으로 의료법 상 재활병원 종별 분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우봉식 회장은 “장애인 건강법에 따라 재활병원 지정이 가능해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법상 별도 종별로 구분해야 수가체계도 만들 수 있고, 운신의 폭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병원 종별 분리에 주력하는 이유는 현 수가체계 하에서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입원료다.
환자들은 입원 후 3개월이 지나면 무조건 퇴원해야 한다. 동일 환자를 3개월 이상 치료할 경우 병원들에게 지급하는 입원료를 40%나 삭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들은 3개월 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닐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그 주기를 2개월로 단축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인다는 게 이유이지만 재활환자들의 골든타임인 6개월 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웃나라 일본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우봉식 회장은 “현 수가체계 때문에 재활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은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결국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활병원의 종별 분리가 재활난민 해소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기관의 규모를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나눌 게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상급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기능 특화 의료기관(재활병원, 정신병원, 요양병원) 외래 중심 의료기관(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으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봉식 회장은 “규모에 따른 전달체계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수행하기 어렵지만 기능에 따른 전달체계 구축은 의료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재활병원협회는 창립 1주년을 맞아 오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공동으로 ‘재활의료체계 한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일본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토대로 환자의 재가 복귀율과 삶의 질 향상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