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병원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전국의 종합병원들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국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가운데 8곳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이들 병원이 6년 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1223개에 달한다. 제품별로는 애경가습기메이트가 822개(SK케미칼 제조-애경산업 판매), 옥시싹싹과 가습기청정제(한빛화학 제조-옥시 판매/ 용마산업사 제조-홈플러스 판매)가 401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시 강서구 2곳(M병원, W병원), 부산 동래구 1곳(K병원), 경기 성남 분당구 1곳(K병원), 안양 만안구 1곳(S병원), 춘천 1곳(S병원), 강릉 1곳(A병원) 등이다.
가장 많은 양을 사용한 병원은 부산 동래구 소재 K종합병원으로, 4년 간 무려 396개의 가습기 살균제를 소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병원은 폐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진 PHMG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환자들의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PHMG를 주성분으로 한 제품을 사용한 병원은 총 2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병원은 가습기 살균제를 병동 및 외래, 물리치료실, 의무기록실, 특수 검사실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이훈 의원의 요청으로 보건복지부가 각 지자체를 통해 해당지역 종합병원에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취합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전국적으로 총 337개 종합병원에 관련 공문을 보내 조사했으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응답한 병원은 8곳에 불과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회신한 병원들이 실제로 사용을 안 한 것인지 제품 구매이력을 찾지 못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이훈 의원은 “종합병원의 사용실태 조사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문 당시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등 가습기를 주로 사용하는 기관의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피해자 구제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가습기 사용빈도가 높은 기관이나 사용처를 찾아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