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가 역행성사정으로 인한 남성불임증 등 후유증을 겪은 데 대해 , 수술을 시행한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비록 부작용이 예상되는 수술법을 택했다 하더라도 이를 의료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 3부는 25일 척추수술을 받고 역행성사정 등 인한 남성불임증을 겪게 된 30대 남성이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였던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 A의사는 B씨에게 지난 2013년 요추간 추간판 확장 후 추간판 절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 제5 요추-제1 천추 부위 전방 경유 추간판 제거와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했다.
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이란 말 그대로 사람 몸의 전방인 배 부분 절개로 척추의 요천추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다.
대표적 합병증은 회음부와 골반부에 분포하는 교감신경과 천골신경의 손상이다. 특히 교감신경 얼기에 손상이 생긴 경우 남성에게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한다.
수술을 받은 B씨는 ‘사정장애와 역행성 사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 및 이에 따른 정서문제와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 적응력이 저하됐다는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원심에서는 A씨가 수술을 하면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B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로 B씨는 수술 당시 30대 남성으로 이 사건 수술 이전에 역행성 사정의 원인이 없었으며, A씨가 수술 당시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권장되는 무딘 박리기 대신 수술용 클립을 사용한 점을 들었다.
또 역행성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후방 경유술보다 신경손상 위험을 내포하는 전방 경유술을 택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 및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다른 것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A씨가 전방 경유술을 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후유증이 발생해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은 불가피한 손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와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인지 여부 등을 살펴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서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