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불안 증가 근거 정신병원 증설 불허 보건소
1심 뒤집고 항소심 법원 '의료기관 개설 불허는 위법' 판결
2019.01.30 12: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이유로 정신병원 증설을 불허한 보건소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사 A씨는 2015년 B씨로부터 인천 소재 정신건강의학과 C병원 건물 2층부터 5층을 양수했다.


B씨는 2012년부터 건물의 4층과 5층은 공실로 두고 2층과 3층만 C병원으로 운영해 왔다. A씨는 당시 공실이었던 4, 5층에 시설과 병상을 추가해 의료기관을 증설했고 2016년 8월경 지역 보건소장에게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했다.


보건소의 보완 요구에 따라 A씨는 건물 구조나 지역주민 안전대책 등과 관련한 각종 조치보고 및 조치계획서를 제출했고 주민간담회도 가졌다.


하지만 지역 보건소장은 A씨의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보건소장은 "2012년 개설 당시 보건소, 주민, 병원 측 합의에 따라 증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고, 퇴원 환자가 병원 주변에서 술에 취한 채로 노숙, 폐쇄 병동 환자 야간 무단이탈 민원 등 주민 불안 요소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A씨는 "보건소의 불허가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기관 개설허가 처분 당시 병상을 증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건이 부과된 사실이 없고 B원장이 약정을 했더라도 본인은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 불안 요소 증가와 관련해서 A씨는 "그동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아무런 형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병원 병상 증설로 인해 환자·직원들의 환경이 개선된다"면서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아닌 격리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항변했다.


인천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병원 개설 당시 추후 병상을 증설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했다거나, C씨가 사전에 병상 증설과 관련된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 신청권을 영구적으로 포기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보건소 처분을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B보건소의 요구에 따라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주민 불안요소 증대라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면 개설변경 불허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가 A씨가 입는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평등원칙 위반과 관련해서도 보건소 처분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근 주민들이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나 병원 증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는 병원 증설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의료법령 상에도 B보건소가 처분사유로 제시한 ‘주민불안요소 증가’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불허하는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씨가 주민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조치를 강화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A씨가 시설 보안을 강화하고 근무인력을 확충했으며 환자 보호 및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방안을 수립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문제에 관한 조치를 강화했다”면서 “또 4층 일부에만 추가 병상이 설치되고 나머지 공간에는 환자 치료와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 확충됨에 따라 환자들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치료 및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A씨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에 대해 한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 불허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보건소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선고, 항소심 판결을 확정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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