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강이법’,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시민단체 간에도 의견 차가 있는 모습이다.
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의료사고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한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에 병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3월 발의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피신청인 동의 규정을 삭제해 조정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피신청인 동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조정전치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이 오히려 환자 등 피해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안에는 조정절차에서 진술이나 감정서 등을 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료사고 현지 조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등 피해구제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들도 담겨 있다”며 “이는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정전치주의란 시민단체가 주장해왔던 ‘임의조정’의 반대 개념으로 소송 전 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거나 피해자나 의사 또는 병원이 조정을 신청할 경우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 역시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한 법으로 발의됐으나, 정부 주도로 의사들을 위한 법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그동안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 도입을 주장하며 분쟁 조정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접수된 3021건의 조정 신청 중 1787건(59%)은 병원이나 의사 불응으로 개시조차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분쟁조정이 안돼 소송으로 가면 힘없는 환자들은 몇 배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분쟁 조정을 위해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단체는 "피해자 구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증책임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과실로 추정하고 의사의 무과실이 입증돼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준현 대표는 “보건복지부, 의료분쟁중재원은 ‘조정 참여율’이라는 외형적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피해당사자 관점에서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조정 참여율 제고가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