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설치법 초읽기…의학계 '포퓰리즘' 비판
'우리나라 현실 제대로 보지 못한 법안' 쓴소리 이어져
2015.05.21 20:00 댓글쓰기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화 및 의료취약지 근무 기피 심화,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에 따른 공공의료 인력 감소 등을 이유로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선거 공약을 위한 포퓰리즘 법안일 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인력 수급 및 보건의료체계 혼란 초래"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법 제정을 통해 공공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만을 초래하고 의료취약지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없거나 공공보건의료 분야의 인력 양성체계,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없어서 현재와 같은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법 제정을 통해 국립의대 설립이 오히려 공공보건의료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고립된 섬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세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국립의대과 국립대학병원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므로, 교육과정과 수련과정 개선을 통해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해소하고 공공보건의료분야의 의사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는 국립대학과 국립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국공립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 간 '공공의료 연계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의협은 "추후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무분별한 의대신설 및 의사인력 증대는 의사인력양성체계와 의료시스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차라리 기존 의대 정원 늘려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의료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안 원장은 “의료취약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면 의과대학 증설이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가 무상으로 재정을 지원하되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게 하는 조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의대를 늘리고 근무기간을 강제화하는 식의 접근은 단편적인 발상일 뿐 더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취약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대를 증설하는 방안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과잉 투자’ 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 원장은 “의대가 운영되려면 1년에 최소 100억원 이상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의대 중에는 정원이 40명이 채 안 되는 곳도 많다”며 “차라리 추가 정원을 각 의대에 재분배하거나 지역권 의대에서 지역출신인재선발제도 비율을 더 늘리는 식의 접근이 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의료 영역이 의사들에게 현실적인 여건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료공급체계 정비가 더 우선”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의료공급체계를 정비하지 않고 의대 공급을 증가시킨다는 방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송 회장은 “의사가 진료수익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 탓에 특정 진료과와 지역으로 의사가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아니므로 왜곡된 진료 및 수련환경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의대 신설로 전공의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왜곡된 진료 및 수련환경 속에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대 신설'이 열악한 진료 여건, 전문가적 자기개발 기회 상실, 열악한 주거 및 정착 여건 등 의사들이 의료취약지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의료취약지 내에 근무 환경을 정비하고, 특정 지역과 특정 진료과에 몰려있는 인력을 분배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의대협 “의료인력 공급 차원보다 의대 질 개선 필요"


전국 41개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 역시 42번째 의대 설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역시 의대 신설과 관련한 교육문제와 지역의료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의대협 조중현 회장은 “지역의료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으로 지방의대 신설을 통해 단순 공급 수를 늘리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의대 신설에 앞서 의대 교육의 질 문제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하며, 지역의료 종사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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