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연명의료 중단 결정 업무를 위탁하는 공용윤리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 일선 의료기관들이 도무지 발길을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전국 8개 공용윤리위원회를 지정, 운영한 이후 8월 7일까지 두 달이 넘도록 위탁 협약을 체결한 건수가 전무한 상황이다.
공용윤리위원회는 연명의료 중단 업무 전제조건인 윤리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설치하지 못하는 의료기관들이 국가가 지정한 기관에 관련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제도다.
고대구로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부산대병원, 영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8개 병원이 공용윤리위원회로 지정됐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자체 윤리위원회가 없는 의료기관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이들 공용윤리위원회에 위탁을 해야 하지만 막상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협약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고심 끝에 의료기관들이 공용윤리위원회에 지급해야 하는 위탁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관련 규정이 시행된지 2개월 만이다.
실제 복지부는 최근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연간 400만원 수준이던 위탁 비용을 절반인 200만원으로 내렸다. 추가 심의건수도 건당 3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하했다.
또한 200병상 이상, 의사 3인 이상인 의료기관이 자체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공용윤리위원회에 위탁할 경우 50%의 가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도 철회했다.
복지부는 일선 의료기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사 수 기준을 없애고, 병상 수 기준도 기존 200병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수정했다.
이는 의료기관들의 공용윤리위원회 위탁 진입장벽을 낮춰 연명의료결정법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의료기관으로부터 문의는 있었지만 실제 협약으로 이뤄진 사례는 없다”며 “공용윤리위원회 제도 활성화를 위해 위탁 비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초기인 만큼 의료기관들이 자체 윤리위원회 설치와 위탁을 놓고 고민하는 것 같다”며 “위탁 비용을 낮춘 만큼 공용윤리위원회 위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두 달 만에 위탁 비용까지 대폭 인하하며 공용윤리위원회 위탁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기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복지부가 맥(脈)을 잘못 짚고 있다는 불만이다. 공용윤리위원회 위탁이 전무한 것은 비용이 문제가 아닌 연명의료 중단 결정 방식 자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연명의료 중단 결정 대상 환자군이 많은 요양병원들의 반감이 크다. 공용윤리위원회 위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이다.
한 요양병원 이사장은 “환자에게 연명의료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희망하더라도 윤리위가 없어 불가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공용윤리위원회가 다른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상황과 상태를 어떻게 세밀하게 검토할 수 있겠냐”며 “환자가 아닌 대형병원에 연명의료 중단 결정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명의료 중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5명 이상 20명 이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윤리위에는 비의료인 2명과 다른 기관 소속 1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