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로부터 지난 5일 ‘조건부 허가’됐다. 건강보험, 의료보험을 적용받지 않으며 외국인만 허용한다는 전제조건이 내걸렸다. 외국인과 내국인에 대한 진료권을 두고 논란이 크게 불거지고 있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 주목할 부분은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적용받지만 녹지국제병원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이 곧 의료체계를 뜻하고 이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는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지만 건강보험에서 제외된 순간 영리병원은 통상 생각하던 개념과 너무 먼 거리에 존재한다. 녹지국제병원은 현실의 의료기관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 일반적인 의료기관은 급여기준에 입각한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보편적 건강보장을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작용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 청구를 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를 통해 지급을 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절차를 거친다.
일련의 청구-심사-지급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심사조정, 즉 삭감이 진행된다. 또 현지방문과 현지조사 대상으로 올라 부당청구 행위에 대한 규제를 받게 된다.
#. 녹지국제병원은 건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그대로 받으면 된다. 급여기준에 신경쓸 필요도 없으며 물론 현지조사 대상도 아니다. 각종 적정성평가 등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비급여 고지의무에 따라 특정항목의 가격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므로 청구-심사-지급 과정이 삭제된다. 부당청구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이에 따른 규제요인은 없다.
본질적으로 영리병원 설립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를 따른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 허가를 받아 제주자치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외국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른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은 47병상의 병원으로 허가가 난 상태이면서도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과 의료급여법 제9조제1항에 따른 의료급여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제주도 “청구 없이 비급여 고지만”
관련 법에 의해 녹지국제병원은 의료기관이지만 요양기관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건강보험과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제주도 측은 “심평원에 청구할 근거도 건보공단에서 지급받을 요양급여비도 없다. 통상적인 요양기관과 가장 큰 다른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기관과 동일한 점이 있다면 비급여 고지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지국제병원은 건보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의료행위와 관련한 비용은 유일하게 의료법 제45조(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적용을 받는다.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 또는 홈페이지 내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해야 한다. 물론 고지·게시한 금액을 초과해서 징수할 수 없다.
추후 비급여 의무고지와 함께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등)에 의해 비급여 현황공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관련 업무는 심평원이 진행하고 있는데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모호하다.
결론적으로 녹지국제병원은 청구-심사-지급 절차가 거치지 않고 고지한 금액대로 의료비를 자체적으로 수령하면 별도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과 심평원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 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건강보험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건보법 적용을 받지 않는 녹지국제병원을 두고 어떠한 말도 꺼내기가 어렵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