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전공의 감축 정책으로 인해 신경과가 괴멸할 수 있어 시급히 현 정책이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보 회장을 비롯 전국 55개 수련병원 진료과장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면서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뇌전증, 뇌염 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대형병원에 신경과 전공의가 없어서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사 부족으로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건복지부가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하루에도 응급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등 신경과 환자들이 응급실에 자주 찾는데 전공의가 없다"며 "이는 치매 환자들의 국가책임제를 내세우는 문재인 케어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는 1000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 신경과 1년차 전공의 수가 5~10명 수준이다. 반면 내년 우리나라 2000~3000 병상 규모의 4대 상급종합병원의 신경과 전공의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4대 병원의 신경과 입원 환자는 평균 60~70명 수준인데 내년에 배정될 신경과 전공의는 병원마다 각 2명씩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대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건양대병원, 부산 고신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원광대산본병원 등의 대학병원에는 단 한 명의 전공의도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1년차 전공의 1명당 적정 신경과 입원 환자 수는 약 10명"이라며 "대형병원에 신경과 전공의가 없어서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종합병원 전공의 월급은 모두 병원에서 지급되며 정부가 단 1원도 보태주지 않는다. 그런데 환자 진료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전공의를 뽑지 못하게 한다"며 "의사 부족 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는 모든 국민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에 위배되고 반헌법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 병원들을 의사가 부족한 산간벽지 또는 아프리카 후진국 병원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 경제대국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내년도 신경과 전공의 정원 감축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