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다"→의사, 우울증약 추가처방→환자 사망
법원 "과다처방 아니다" 손해배상 청구 기각…"중추신경억제 우려 약(藥) 제외"
2024.01.26 06:02 댓글쓰기




약을 잃어버렸다며 우울증약을 추가 처방받은 환자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과다 처방은 아니었다"며 의료진 손을 들어줬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정우정 부장판사)는 최근 사망한 A씨 유가족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자살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거나 약물을 과다 처방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A씨의 자살이 의료행위 결과이거나 그 후 요양과정에서 생긴 후유 질환으로 볼 수 없으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환자 A씨는 지난 2006년부터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두 곳의 정신과의원을 거쳐 지난 2020년 2월 B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처음 내원했다.


B의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벡(BECK) 우울평가, 사회공포증척도, 불안민감척도 등을 실시한 결과, 공황장애, 중증도 우울에피소드,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진단했다.


이후 A씨는 2~3주 주기로 B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의료진은 1년간 A씨 상태에 따라 일부 약을 추가하거나 증량 또는 감량했다.


그러던 지난 2021년 2월 23일 의료진은 나흘 전 처방받은 약을 마을버스에 놓고 내렸다는 A씨에 14일분 약을 다시 처방했다. 단, 직전에 처방한 약 중 일부만 추가 처방에 포함했다.


그러나 A씨는 추가 처방 당일 저녁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이내 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사망했다.


A씨 측은 B의원 의료진이 그간 자살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자살이력이 있는 환자에 약물을 과다 처방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금 총 4억3936만3124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의 소견을 근거로 A씨가 보호병동 입원치료가 필요했던 상황이 아니었으며, 추가 처방 역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진료기록감정의는 “A씨가 이전 병원에서 입원을 권고받았으나 입원하지 않았으며, 꾸준히 외래에서 치료를 한 점, 기존 증상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입원치료를 반드시 권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진료기록감정의는 의료진 추가 처방에 대해 “투약이 중단될 경우 불면증 및 기분 저하 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처방에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신경안정제를 제외하고 과다 복용시에도 중추신경억제 등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의료진이 내릴 수 있는 적절한 조치라고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지도설명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의료진이 매 진료마다 A씨 질환이 만성이라는 점과 지속적인 치료 및 규칙적인 약물 복용 없이는 재발 및 증상 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으므로 충분한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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