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폭행당한 예비 의료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손해배상금이 1심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예비 의료인 미래 소득 기준이 1심에서는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이었지만, 2심에서 ‘의료진료 전문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방법원이 치의학전문대학원생인 A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상해를 가한 B에게 약 2억731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선고된 1심 손해배상금 약 1억4359만원보다 약 2배 많은 액수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 부산 금정구 한 길가에서 B씨와 어깨를 부딪혔다. 이에 A씨가 ‘아씨’라며 불평하자, B씨가 주먹으로 A씨 얼굴을 수차례 가격하고 바닥에 넘어진 A씨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입술 양쪽 끝인 구각부의 근육이 완전히 파열되고, 턱관절염이 발생해 21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듬해 2월에는 폭행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및 우울증, 공황장애도 진단받았다.
이에 B씨는 2020년 10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약 2억9706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입을 벌릴 때 입술이 틀어지고, 구강 부위에 신경증상이 남아 있는 등 심미적 문제가 직종 선택에 영향을 줄 정도의 노동능력상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술 부위 깊은 흉터가 “치과의사로서 환자 등을 유치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없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을 수익(일실수익)을 산정했다.
사고 당시 21세였던 A씨는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치과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고려돼, 오는 2026년 인턴 과정부터 65세가 되는 2063년까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관련직’ 기준으로 일실수익이 계산됐다.
이와 함께 진료비,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을 포함해 약 1억4359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A씨와 B씨는 모두 항소했다. A씨 측은 미래 수익이 낮게 평가됐다고 보고, 2022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고서’ 상의 ‘의료진료전문가’ 기준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대로 B씨는 치대생이라는 사실 때문에 미래 수익이 과도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보다 2배 증액한 "손해배상금 약 2억7316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고, 우수한 성적을 받는 등 학업 성과가 뛰어나다. 연령, 학업 성과 등을 고려하면 향후 치과의사로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A씨가 치과의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여러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최보윤 변호사는 “최근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의료진료전문가 직업군이 신설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적극 주장한 덕에 치과의사의 합당한 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