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이 지속 확대된 가운데 효능평가 강화 정책이 고가약 미래 퇴출 기전이 될지 아니면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 안정화 경로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가약의 비용 효과성에 대한 회의론은 물론 건강보험재정 악영향 우려가 늘어난 행보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및 효능평가는 더욱 촘촘해질 예정이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가약 효과 평가 강화를 위한 ‘약제성과평가실’이 신설되는 등 대응체계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초고가약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상 1인당 연간 3억원 이상 약제나 1회 치료로 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원샷 치료제 등을 초고가약으로 지칭한다.
등재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용된 킴리아주(2022년 4월 급여화)와 졸겐스마주(2022년 7월 급여화)의 청구 비용은 각각 526억원(투약 146명)과 238억원(12명)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심평원의 킴리아주와 졸겐스마 등 초고가 의약품 투여현황과 환자반응평가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킴리아주 투여환자 중 75% 이상에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고가약 관리 약제성과평가실 주목
기존 고가약 평가 업무의 경우 약제관리실이 전담했지만, 약제성과평가실 신설로 업무가 새롭게 이관됐다. 임시조직이던 신약성과관리부가 정식화하면서 부서와 기능을 통째로 옮긴 것이다.
이는 앞서 성과관리 기반으로 등재된 고가약 킴리아주와 졸겐스마주 등에 대해 환자 투여정보부터 약제의 반응평가까지 투약 전 과정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을 위함이다.
고가약 사후관리인 성과평가는 킴리아를 필두로 졸겐스마, 스핀라자, 에브리스디까지 4개 품목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심평원 강중구 원장의 행보에서도 고가약 정책 방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주요 목표에 ‘초고가약 및 희귀난치성 질환에 성과관리 기반 사후관리 강화’가 전면에 배치됐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신년사에서 “최근 초고가약, 희귀난치성 질환제에 대한 보험급여 관련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며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신속등재로 급여권에 편입한 초고가약에 대한 사후관리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건보재정의 장기적 활용과 건전성 확보를 직간접적으로 책임지는 공단이나 심평원의 수장으로서는 이 같은 문제를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인 셈이다. 두 기관장 모두 의사 출신인 탓에 해당 문제에 누구보다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가진 것도 한몫한다.
비싸도 너무 비싼 초고가약 반대 여론↑
과거 고가약에 대한 긍정 여론이 우세했다면, 최근 지속적인 고가약 확대로 반대 여론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A 대학병원 교수는 고가약과 일반적 건강보험급여 치료 간의 지나친 갭을 지적했다. 비용 효과성 양자를 모두 비교해도 균형이 지나치게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특정 영역의 전체 치료를 다 포함해도 고가약 처방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며 “과연 이런 것들 국가재정에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가약 정책을 반대할 경우 국내 동정여론에 밀려 비정한 의사나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물론 반대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가약에 대해 효과성이 명확하다면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B 교수는 “고가약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 효과성을 입증할 경우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급여화의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