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생부터 '윤석열 세대' 낙인"
법학‧과학 석학들 "의대 증원은 임전무퇴 방식 군사작전 아니다"
2024.09.27 06:57 댓글쓰기




석희대 경기대 명예교수가 지난 26일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의료개혁은 사회혁명도, 군사작전도 아니다. 그러므로 임전무퇴를 기치로 내세울 일이 아니다. 과학적‧합리적 계산에 따라 신중하게 진척돼야 할 국가 발전 과정이다."


석희태 경기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법조계‧과학계‧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장기화한 의료사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발표는 석 명예교수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맡았으며, 패널토론에는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 양은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정책연구소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조계와 과학계 석학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 의료계보다도 더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석희태 명예교수는 인구감소, 고령화, 의학 및 의료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따져보며 향후 의사 수요 증감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따져봐야 하는 쟁점이 무수히 많다"며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그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게 솔직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가적 과제는 통치행정이라는 관념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대응하면 안 되고, 수많은 관련 요소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냉정한 예측에 의거해 판단해야 할 중대지사"라고 덧붙였다.


석 명예교수는 "다만 이런 얘기를 3시간이 아닌 300시간을 해도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이 들어 슬프다"며 "전문가들의 반발을 샀을 때 용감하게 수정하는 지혜를 갖는 것 역시 애국심이며 지도력"이라고 일침했다.



전공의 비율 낮추는데 의대 졸업생 늘어나…전공의 수련할 병원 있나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대 증원에 대해 "2024년 이후의 의대생들은 '윤석열 세대'라는 무거운 낙인을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1990년대 후반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기조 아래 단행한 교육개혁의 부작용으로 학력 저하 논란이 발생했을 때 당시 학생들은 '이해찬 세대'라 불렸다.


이와 같이 의대 증원에 따라 기존보다 질 낮은 의학교육 및 수련을 받은 의사들에게 '윤석열 세대'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내년에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7500명에 이르게 된다"며 "6년 후 쏟아져 나올 4500명의 일반의가 수련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1곳이 연간 신규로 수용할 수 있는 전공의가 10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상급종합병원만 20개를 더 지어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을 현재 40%대에서 10%로 낮추려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향후 전공의 규모에 맞는 수련병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이 명예교수는 "수련병원을 확보하는 일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어렵다. 선진국이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 양성 과정에서 수련병원 필요성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갖추지 못했고, 의료계도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일깨워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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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K 09.27 12:04
    의사들보다도 더 정확하고 예리하게 문제점들을 밝히고 지적하는 타과 명예교수님들의 인식과 일침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 의료개악 09.27 11:51
    의평원과 의대 인증 시스템을 무시한 채 의대를 들어간 학생들만 오롯이 피해를 받게 되는 시스템이죠
  • 맞아요 09.27 08:18
    의사들도 수련환경의 대응능력에 대해서 인식이 다분히 정성적이었고 계량적 현황에 대한 홍보능력을 갖춘 협회조직도 없었어요.  지금도 대국민 호소를 감정으로주로 하지 머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하긴 의대 졸업하면 좋던 머리도 거의 130으로 떨어지는 것 같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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