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 근원은 건강보험 체계"
장석용 교수 "의료서비스 가격을 공급자 결정, 필수의료 수가 등 인상 불가"
2023.11.29 12:31 댓글쓰기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전(全) 국민 관심사로 확대되며 정부의 말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 발표가 있는 날이면 의료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입장 발표가 잇따른다. 정부는 사회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고려했다고 밝히지만, 눈치를 그만 보라는 일각의 질타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주눅 든 정부를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뚝심으로 소신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8일 대한병원협회가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2023’에서 ‘문 닫는 병원, 사라지는 의료인력’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는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사진]가 발제자로 나서 ‘의료자원 배분의 정부 실패와 치유: 정책학 교훈’에 대해 발표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독특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중 하나가 건강보험 체계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 체계다. 그래서 의료서비스 가격을 보험자가 결정하다 보니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 가격도 상승할 수 없다.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해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의 시장 기전지만 이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국민들이 필수의료에 지불할 의사를 파악할 수 없어서 가격 책정이 어렵고, 이에 따라 원가를 기반한 수가를 책정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쥐어짜서 만든 현재의 왜곡된 원가 구조가 그대로 수가에 반영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며 필수의료의 저수가가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필수의료 소신 정책 펼치도록 각계각층 지지” 당부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떤 부작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민 정서가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정부는 조금만 부작용이 있는 정책이라면 과감히 추진하지 못한다. 필수의료 문제도 이미 예견된 것인지만 정책결정자가 결단을 내리지 못해 주저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도 합리적인 정책은 한 번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정책환경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관료들이 굉장히 주눅 들어 있다. 제왕적인 대통령제에서 관료들은 정권 눈치를 극도로 볼 수밖에 없다. 필수의료 인력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고위 관료는 정권이 바뀌면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전(前) 정권 핵심 정책을 추진했던 관료가 현(現) 정권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해결에 대한 ‘키(Key)’를 전적으로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정책 시행을 위한 지지가 요구됐다.


장 교수는 “모두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의료계도, 시민사회도, 국회의원들도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심지어 요구도 하지 않는다. 오롯이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하는 절체정명의 상황에서 국민과 이해관계자, 정책 공동체들이 정책적 지지를 보내줘야 관료들이 소신에 맞는 정책을 뚝심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도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책 문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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